KIA 선수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물 포럼’ 교통통제로 구장 가는 길 정체
조계현 코치 ‘해결사’로 나서 샛길 열어
“안 풀리는 경기를 지켜볼 때보다 더 답답했다니까요.”
KIA 김기태(46) 감독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마터면 경기장에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뻔한 위기를 넘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의 장벽에 가로막혔다. 야구장으로 향하는 신천대로 5∼6번 고가도로에서 갑자기 버스가 옴짝달싹도 못했다. 알고 보니 12일이 바로 대구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 물 포럼’ 개막일.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환영오찬을 위해 모이는 시간이라 대구시내 일부 도로가 통제됐다. 사전에 전혀 얘기를 듣지 못한 데다, 거리에서 도로통제에 대한 안내문도 보지 못한 KIA에는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소식. 그 시간 대구구장에서 텅 빈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삼성 류중일 감독도 “KIA가 얼른 와야 정상적으로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할 텐데 큰일”이라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원정팀이 정당한 사유 없이 경기개시시간까지 야구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홈팀이 자동으로 1승을 가져간다. 다만 천재지변과 같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는 홈팀이 KBO에 경기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 류 감독은 “KIA가 혹시라도 제때 도착하지 못한다 해도 우리가 그냥 이기는 건 말도 안 된다. 조치를 취해서 경기를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KIA에는 ‘해결사’가 있었다. 현역 시절 마운드에서 ‘싸움닭’으로 통했던 조계현 수석코치가 이번에는 경찰을 상대로 ‘특기’를 발휘했다. 야구장에 빨리 도착해야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한 것은 물론, “이러다 경기를 못하면 전국의 야구팬들에게 원성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짐짓 항의도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경찰은 40분 만에 조 코치가 제안한 대로 샛길을 열어줬고, KIA 버스와 함께 갇혔던 다른 차량들도 그 덕분에 통제된 도로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KIA는 간신히 대구구장에 짐을 풀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차라리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아침에 기운이 좋았는데 지금 혈압이 좀 오른 상태”라며 “선수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기를 빈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