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검찰 전면수사]成회장 도당위원장 시절 대변인 “李총리에 서운함 토로 보도 다음날 내가 총리다, 얘기하라 다그쳐 JP-홍문표가 불구속 당부 말도” 총리실 “보도내용 맞나 확인한 것”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하루 전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고 언론에 밝힌 지방의원 2명에게 이 총리가 수차례 전화를 걸어 고압적인 태도로 다그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 회장이 새누리당 충남도당위원장일 때 도당 대변인을 지낸 이기권 씨는 12일 충남 서산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총리가 11일 충남 태안군의회 이용희, 김진권 두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와 성 회장과 당시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말하라고 따져 물었다”고 공개했다.
이용희, 김진권 의원은 11일 보도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성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우리와 만나 이 총리의 이름을 여러 번 되풀이하면서 서운함을 토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씨는 “이 보도가 나간 날인 11일 이 총리가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와 언성을 높이면서 ‘성 회장과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고 따져 물었고 김 의원이 ‘왜 우리가 총리님한테 그 말을 해야 하느냐’고 하자, 이 총리가 ‘내가 총리다. 5000만 국민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다시 다그쳤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본보 기자와 따로 만나 “총리가 흥분된 상태에서 다짜고짜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보고 계속 말을 하라고 억압적인 투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총리가) 두서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긴장된 상태에서 그 부분(지방의원의 언론인터뷰)을 집요하게 따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리라는 분이 저 정도밖에 안 되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 씨가 우리를 대신해 한 기자회견 내용이 모두 맞다”고 확인했다.
이 씨는 기자회견에서 “(두 의원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이 총리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새누리당 홍문표 김태흠 의원이 (내게 성 회장의) 불구속 수사를 당부해왔다’는 말도 했다”면서 “이 총리가 ‘(이런 부탁을 받았지만) 경남기업 수사는 전 총리 시절에 시작된 일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김 의원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는 “성 회장이 자살 전날 ‘(내일 영장실질심사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새누리당 쪽에서는 청와대 쪽에 불구속 기소로 해달라고 부탁한 것 같은데 청와대에서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한 것 같다. 이 총리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성 회장의 서운함이 충청권 인사로서 친분이 있었기 때문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 회장과 이 총리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시절부터 밀접한 관계였다. 하지만 단순히 구명 부탁을 거절한 데 대해 서운해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두 사람이 보다 특별한 관계임을 시사했다.
서산=지명훈 mhjee@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