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한국대사관 피격… 2명 사망
5년째 내전 중인 리비아의 혼란스러운 정세를 고려할 때 다른 무장조직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IS가 리비아에서 최근 벌어진 주요 외국 공관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격도 일단 IS가 벌였을 공산이 가장 크다.
범인들은 현재까지 ‘IS 리비아 지부’ 소속으로 추정된다. 리비아는 올 들어 IS가 본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를 벗어나 본격적인 세력 확산을 처음 시도한 곳이다. 12일 미국 언론들은 ‘IS 리비아 지부’가 처음 등장한 것이 지난해 10월경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IS 대원들은 1000∼3000명에 달한다. 이들이 IS를 추종하게 된 것은 지난해 초 시리아의 IS 핵심 인사가 리비아를 방문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포섭한 뒤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IS 리비아 지부는 동부(바르까 지역) 남부(페잔 지역) 남서부(트리폴리 지역) 지부 등 크게 3개로 나뉜다. 초기에는 동부 지부가 우세했지만 최근엔 트리폴리 지부가 부쩍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의문점은 왜 이들이 한국대사관을 공격했느냐 하는 점이다. 우선 이번 공격은 기존 외국 공관 공격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번 한국대사관에 대한 공격은 무장 괴한들이 차를 타고 가면서 40여 발의 총알을 난사하는 방식이었다. 건물보다는 사람을 겨냥해 조준 사격하는 방식에 가까워 외벽을 제외한 대사관 내부 피해가 없었다. 우리 외교관 2명과 행정원 1명도 별채에 머물고 있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을 가한 시점이 현지 시간으로 오전 1시 20분경으로 한밤중이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이는 한국 외교관들을 겨냥했다기보다 대사관 경비 담당 경찰관들을 표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IS는 그동안 경찰이나 군인 등 공권력을 공격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공격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리비아 경찰을 대상으로 공격한 것일 수도 있다. 트위터 글에서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총격 시점에 길거리에 나와 있는 경비들이 한국대사관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대사관 공격을 주장한 트위터 글과 이번 한국대사관 공격을 주장한 글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IS는 UAE, 이란 대사관을 폭탄테러 한 뒤에는 트위터에 “칼리파(이슬람 최고지도자를 일컫는 호칭)의 전사가 대사관을 공격했다”고 해 공격 목표가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관임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엔 “칼리파의 병사가 한국대사관의 경비대원 2명을 제거했다”라고 밝혀 이들의 목표가 한국대사관이었는지 경비 담당 경찰관들이었는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