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고수 김청만-퍼커셔니스트 박재천, 초유의 ‘장구-드럼’ 듀오앨범 발매
14일 초유의 장구-드럼 듀오 앨범을 내는 고수 김청만(왼쪽)과 드러머 박재천 씨. 김 씨는 이르면 6월 장단법 DVD 교재를 낸다. 10월 열릴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준비중인 박 씨는 폐막 공연을 농악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농악 빅 파티’로 꾸밀 계획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앨범에는 1월 2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녹음 스튜디오에서 두 명인이 1시간 반 동안 벌인 즉흥연주가 담겼다. 굿거리, 자진모리, 엇모리(QR코드) 같은 우리 고유의 장단을 바탕으로 하되 사전 연습 한 차례 없이 한 방에 완성한 줄타기다.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명달로 일통고법보존회(이사장 김청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드럼 스틱과 장구채를 잡았다. 두 개의 악기, 네 개의 손에서 피어난 울림은 하나의 심장에서 나온 듯 서로를 얽었다. 파격이되 서로를 깨뜨리지 않는 파격.
박 씨는 록, 프리재즈, 국악까지 여러 판을 뒹굴고 드럼과 장구를 30년간 병행하다 새 드럼 주법 ‘코리안 그립(채 잡는 법)’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그는 “장구의 왼쪽 면을 잡고 풀며 음가(音價)를 조정하는 우리 장단을 표현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검지가 위로 올라가는 ‘코리안 그립’이 나왔다”고 했다.
명고수란 애당초 지휘자요, 편곡자요, 즉흥연주자다. 김 씨는 안숙선, 이매방 같은 명인의 호흡에 실시간으로 장단을 덧대며 60년간 밀고 당겼다. “이를테면 굿거리장단은 ‘3×4=12’ 같지만 ‘3-3’으로 가다 ‘2-2’로 가고, 그 속을 다시 ‘3-3’으로 쪼개면서 순식간에 변형해 나가는 거요. 숫자놀음이죠.”(김청만)
“드럼이 비트의 악기라면 장구는 풀림의 악기입니다. 드럼이 위에서 아래, 아래에서 위, 두 방향성을 지닌 5 대 5 숫자놀음이라면 장구는 옆으로 치니까 3 대 3 대 3 개념이죠.”(박재천)
때림과 멎음 사이에 뚫린 상대의 무수한 숨구멍을 어떻게 채우고 빠지느냐. 타악 인생 노하우를 업고 순발력을 덧대야 하는 살 떨리는 게임이었다. 녹음 뒤 둘은 각자 몸살을 앓았다.
둘의 듀오 연주는 올해 딱 세 곳에서만 들을 수 있다. 첫 무대는 27, 28일 오후 7시 반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EBS 스페이스공감(02-526-2644). 8월 21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02-580-3300), 12월 4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공간서로’(02-730-2502) 무대가 뒤따른다.
다른 난해한 음악들이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최대한 크게 들어야 가까이 갈 수 있다. 신비한 소리 숲의 빛나는 심장 쪽으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