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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년]“사진속 늘 웃고 있는 딸… 해준 것 없어 미안해”

입력 | 2015-04-13 03:00:00

[아물지 않은 상처]오열과 탄식으로 가득한 팽목항
희생자 넋 기리는 발길 이어져… 일반인 유족 선착장서 제사 지내
경비정 타고 참사지점 찾아 헌화




“차라리 유족이라도 됐으면…” 세월호 실종자인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가 12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 앞에서 딸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아이를 바닷속에 묻어둔 엄마는 말이 없었다. 따뜻했던 어느 봄날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 남편과 딸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만 연신 쓰다듬었다.

세월호 1주년을 앞둔 12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실종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45)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 앞에 있었다. 분향소에 조문 온 사람, 관광객, 세월호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그저 딸의 사진이 붙어 있는 노란색 스티로폼 피켓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바닷바람을 견뎠다. 엄마는 “제발 유가족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며 “곱던 딸이 사라진 지 1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엄마라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세월호 1주년을 앞두고 팽목항에 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1일에는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 60여 명과 4·16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14명이 팽목항과 사고 해역을 찾았다.

일반인 유가족들은 당시 사고 해역에서 수습된 시신들이 육지로 옮겨지던 팽목항 임시 선착장에 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냈다. 준비한 사과, 배, 밤, 대추 등 과일들과 부침개, 나물, 말린 생선포, 표고전, 육전 등을 올렸다. 애써 울음 참는 소리, 낮은 탄식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제사를 지낸 가족들은 해경 경비정 4척에 나눠 타고 사고 해역으로 향했다. 대화는 없었다. 눈에 눈물은 고였지만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약속이나 한 듯 눈은 사고 해역 쪽을 향했다. 사고 해역에 도착한 경비정들은 침몰해 보이지 않는 세월호의 위치를 표시한 노란색 부표 주변을 10여 분간 선회하기 시작했다. 애써 침묵을 지키던 가족들은 “아이고 왜 여기서 죽었냐. 나는 네가 보고 싶고 가슴이 아파 죽겠는데…”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해. 못해줘서 미안해”라며 부표를 향해 국화꽃을 던졌다. 사고 발생 6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정원재 씨의 아내 김봉희 씨(58)도 이제는 볼 수 없는 남편에게 “며느리 출산 예정일이 16일이야. 당신이 당신 대신 손주를 보내준 것 같은데 얼굴이라도 좀 보고 가지…”라며 오열했다.

이날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사고 해역 방문에는 부모와 형을 잃고 홀로 구조된 조요셉 군(8)도 함께 했다. 아이는 슬픔을 알지 못했다. “작년에 탔던 배 이름이 뭐지?”라고 묻는 삼촌의 물음에 민망한 듯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슬퍼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들도 이날 팽목항과 사고 해역을 잇달아 찾았다.

한편 단원고 교사 10여 명도 이날 팽목항에 마련된 가족지원시설을 찾았다. 이들은 분향소를 찾아 묵념하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골 4박스와 잡곡 2박스 등을 전해주고 조용히 진도를 떠났다.

진도=박성진 psjin@donga.com /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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