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주입… 산채로 해부” 증언공개 생체실험 진상규명 강력 촉구 “전범재판 안 받은건 미국의 뜻”… 美-日 ‘세균전 뒷거래’ 시사도
4일 일본 규슈대 의대가 미군 포로를 상대로 생체실험을 했던 의대 선배들의 만행을 반성하는 전시물을 설치해 일본 내외 언론에서 화제가 된 가운데 이번에는 일본 의사와 학자 등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생체실험으로 악명을 떨친 일본군 ‘731부대’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자고 12일 주장했다. 패전 70주년을 맞은 일본에서 최근 의사들의 양심적인 자기반성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의료 및 보건업 종사자,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의사 윤리 과거·현재·미래 기획실행위원회’는 이날 교토(京都) 시 한 회관에서 ‘역사에 입각한 일본 의사 윤리의 과제’라는 특별 행사를 열었다. 일본 의학회 총회를 맞아 병행한 기획행사였다.
주최 측은 우선 중국 하얼빈(哈爾濱) 내 731부대의 주둔 모습, 부대에서 근무했던 이들의 증언, 관련 기록 등을 담은 영상을 상영했다. 영상 속에서 한 일본인 남성은 “731부대에서 실험자들이 피험자의 몸에 세균을 주입하고서 열이 나면 좋아했다. 빈사상태에 빠진 실험 대상자를 산 채로 해부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731부대와 관련한 책을 쓴 언론인인 아오키 후미코(靑木富美子·여) 씨도 “도쿄재판(극동군사재판)에서 731부대가 재판받지 않은 것은 미국의 뜻이다”며 “점령군이 일본에 왔을 때 인체 실험을 포함하는 세균전의 결과를 원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이 731부대에 관해 모종의 거래를 했음을 시사했다.
실행위원회는 사전에 배포한 안내문에서 “일본 의학계는 전쟁 때 했던 의학 범죄에 대해 지금까지 과학적 검증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의 극복’ 위에 서서 현재 요구되는 의학 윤리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해보자”고 문제 제기를 했다. 행사장에는 의사, 역사학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대거 방문해 마련된 240여 개 좌석을 가득 채웠다.
앞서 후쿠오카(福岡) 현 후쿠오카 시에 있는 규슈대 의학부는 최근 ‘의학역사관’을 개관하며 미군 포로를 상대로 생체실험을 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공개했었다(본보 6일자 A20면 보도). 전체 63점의 전시물 중 2점을 통해 태평양전쟁 말기에 있었던 ‘규슈대 생체해부 사건’ 경위를 설명하며 ‘우리는 비인도적 생체해부 사건으로 희생된 외국인 병사에 대해 다시 한 번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