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석자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무대에 오르는 건 무려 16년만이다. 배우에서 국립극장장, 문화부 장관을 거쳐 최근 세종문화회관 이사장까지 맡은 김명곤의 무대 복귀 작은 심청전을 비튼 ‘아빠 철들이기’(국립극장 KB하늘극장)다. 그의 역할은 ‘심봉사’. 날마다 사고치고 들어와 딸 심청의 속을 들었다 놨다 하는 캐릭터다. 오랜 공백기간 동안 무대에 대한 갈증이 컸던 걸까. 그는 19일 ‘아빠…’ 공연이 끝나면 다음달 1일부턴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 오르는 연극 ‘아버지’에서 소외된 이 시대의 아버지로 변신한다.
최근 만난 김명곤은 “연극쟁이가 연극판에 돌아와서 그런지 요즘 살맛 난다”며 웃었다. “장관도 했고, 극장장도 했고, 연출가도 했고,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직접 무대에 서 관객을 만난다는 건 늘 긴장되고 새롭습니다. 3일 첫 공연 때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입이 바짝바짝 마르더라고….”
16년만의 무대 복귀 작으로 ‘아빠…’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박하나 작가가 어느 날 ‘아빠…’의 원작인 ‘소녀 심청’ 대본을 들고 찾아와 ‘나중에 영화감독 하면 쓰세요’라고 했다”며 “심청, 춘향, 홍길동, 놀부가 등장인물인 퓨전 사극이었는데 대본을 읽고 보니 영화보다 연극, 마당극이 더 어울릴 것 같아 직접 류기형 연출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명량’에서 왜군 수장 도도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에게 심봉사 역은 가볍고 철없는 캐릭터가 아닐까. 그는 “무게 잡는 연기보다 힘 빼고 하는 연기가 더 어렵다”며 “90년대 초반 마당놀이나 연극에서 익살스런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심봉사도 어울린다”고 말했다.
“배우에게 무대는 고향 같은 곳이에요. 장관 등 외부 일 할 때보다 요즘이 마냥 행복합니다.” 3만 5000~4만 5000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