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년/각계 100인의 4월 16일] ‘세월호는 □□다’ 키워드 분석
○ 아직도 슬픔·분노에 잠긴 세월호
동아일보 취재진은 정치 경제 산업 문화 스포츠 법조 등 사회 각 분야 인사 80명과 시민 20명에게 ‘세월호라고 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한 단어로 응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100명이 응답한 단어의 개수는 모두 126개. 주관식 응답이었지만 역시 ‘아픔’이라는 대답이 9개로 가장 많았다.
무능(3명)이나 관피아(2명)처럼 참사의 원인을 날카롭게 겨눈 답변도 34.9%(44개)나 나왔다. 참사의 원인으로 드러난 개인의 탐욕, 국가·정부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무사안일’이라고 대답한 양상문 프로야구 LG 감독은 “모든 일에서 ‘대충 해도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모여서 터진 사고라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안전불감증’(김효명 국무조정실 세종시지원단장, 윤호진 에이콤 대표), ‘국가의 실패’(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같은 응답 역시 사회와 국가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였다.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가 80%에 이른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참사 때문에 입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개인의 슬픈 감정은 물론이고 참사의 원인을 비판하는 답변에도 분노가 묻어 있다는 뜻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참사 이후에도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뭔가 개선됐다는 점을 확인하지 못한 시민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사회적으로는 안전, 화해, 직업윤리처럼 참사 이후에 뒤따라야 할 변화와 개혁 요구(11.9%)로 분류될 수 있는 응답들도 있었다. 물음에 ‘책임’이라고 답한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책임감을 스스로 먼저 느낀다”며 “정부를 비롯한 모두가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렇게 깨달음과 변화를 바라는 응답은 전체의 20%를 조금 넘겨 부정적인 반응에 비하면 4분의 1가량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 한국 사회 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식의 응답이 늘어나게 만드는 게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슬픔의 힘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명백한 인재라는 점에서 ‘쓰라린 경험’이지만 그럴수록 우리가 안전과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