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행복원정대/엄마에게 날개를] 아들이 보는 엄마… “딸처럼 살갑게 굴지 못해 미안해요”
엄마를 위해? ‘아들의 성공이 내 인생 성적표’라고 생각하는 엄마의 기대,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에 20대들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장모 군(17)은 엄마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엄마 뜻을 강요한 뒤 형이나 내가 따르지 않으면 속상해하신다”는 것이다.
아들들은 딸들과 달리 엄마 점수(9.3점)를 후하게 주었으나 엄마의 과도한 기대는 부담스러워했다. 아들들은 엄마의 행복조건 1순위로 ‘자녀의 성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엄마에게 언제 가장 섭섭한가’라는 질문에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와 비교당할 때’라고 했다.
“엄마 친구 아들들 가운데 하나만 취직을 해도 비교하는 게 엄마입니다. ‘걔는 너보다 안 좋은 대학 나왔는데 벌써 취직하더니 엄마한테 용돈도 줬더라’라는 엄마 말씀이 매우 불편했어요.”(나모 씨·28·대학원생)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들은 엄마의 무의식적인 압박으로 인해 본인의 성공이 엄마의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게 된다. 엄마가 이름 대신 ‘아들, 아들’ 하는 것도 일방적인 책임감과 부담을 주는 관계 짓기의 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 큰 아들들은 여전히 거리두기를 못하는 엄마에게 “신경 쓰지 마세요”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라고 말해놓고는 곧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아들이라 가뜩이나 딸보다 말이 없고 살갑지도 않은데 짜증까지 내게 되면 죄송하죠. 여자친구 문자에는 1분 안에 답장하면서 ‘밥 챙겨 먹었니’라는 엄마 문자에는 한참 뒤에야 답하게 돼요.”(박모 군·18)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