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벤치클리어링 부른 12일 롯데전 ‘크게 앞섰는데 도루’ 추정 이유로 황재균, 4회 이어 두번이나 맞아 갓 1군 올라온 투수 이동걸 퇴장… 다른 9팀 ‘한화 악감정’ 커질듯
황재균 엉덩이 맞힌 이동걸 12일 한화-롯데전. 롯데가 15-1로 앞선 5회말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한화 투수 이동걸(왼쪽)이 롯데 황재균의 엉덩이를 맞히고 있다 MBC스포츠플러스 화면 캡처
12일 경기에서 롯데는 1회부터 한화 선발 탈보트를 두들겨 2회 11-1까지 앞서 나갔다. 경기의 흐름은 이미 롯데 쪽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4회말 한화의 두 번째 투수 김민우는 롯데 1번 타자 황재균의 등을 볼로 맞혔다. 5회에는 한화 세 번째 투수 이동걸(사진)이 2개의 몸쪽 위협구를 던진 후 3구째 볼로 황재균의 엉덩이 윗부분을 맞혔다. 흥분한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오면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김성철 구심은 빈볼로 판정하고 이동걸을 즉시 퇴장시켰다.
“막상 맞고 나니 웃음만” 12일 롯데-한화의 사직경기에서 5회말 롯데 황재균(오른쪽)이 두 번 째 공을 몸에 맞은 직후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대치하고있다. 허탈한 웃음을 지은 황재균은 “맞히려는 의도가 너무 뻔해 차라리 ‘때려 보라’고 배터박스 앞에 붙어 있었다. 막상 공을 맞고 나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 제공
하지만 한화의 선택은 빈볼이었다. 벤치의 지시였건, 선수단의 판단이었건 신인 투수 김민우는 4회 황재균에게 빈볼을 던졌다. 팔꿈치 쪽으로 날아오다 등을 때렸지만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볼이었다. ‘명백한’ 빈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황재균은 참았다. 김민우에게 몸에 맞는 공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손짓을 한 뒤 1루로 걸어 나갔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여기서 마무리됐어야 했다.
그러나 황재균은 5회에 다시 한 번 빈볼의 희생양이 됐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른 구단 선수와 관계자들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 출신 A구단 관계자는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 해도 그렇게 볼 구석이 없다. 오랜만에 1군에 올라온 이동걸은 첫 번째 및 두 번째 공을 모두 빈볼성으로 던졌다. 포수도 아예 몸쪽으로 붙어 앉았다”고 지적했다.
롯데의 보복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롯데는 보복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벤치 클리어링 후 재개된 6회초 한화 공격에서 한화 벤치가 4번 타자 김태균을 대타 김회성으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13일 “우리가, 또 (황)재균이가 뭘 잘못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재균이는 그저 야구를 열심히 했을 뿐이다. 당장이라도 보복하고 싶었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될 플레이를 같이 한다는 게 싫어서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반면 김 감독은 13일 “부산에서 3연전을 치르는 내내 예민하고 껄끄러운 면이 있었다. 후배 감독과도 그렇고. 전쟁이 아니지 않나. 앞으로 서로 매너 있게 스포츠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큰 점수 차’에 대한 기준이다. 김성근 감독이 SK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07년부터 2011년 중반까지 경기 중반 5점 차는 그리 큰 점수 차가 아니었다. 이 기간 SK는 5점 이상 앞선 경기에서 37차례나 도루를 시도해 성공시켰다. 7점 차와 6점 차 이상으로 앞선 상황에서 한 도루도 각각 3차례와 8차례나 있었다. 2009년 4월 10일 히어로즈전과 2011년 4월 11일 넥센전에서는 6점 차로 앞선 8회에 김 감독의 SK는 도루를 성공시켰다.
그나마 한화가 잘한 게 딱 하나 있다면 이동걸이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빈볼을 던졌다는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