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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유덕영]혼자만 잘 살기 힘든 이유

입력 | 2015-04-14 03:00:00


유덕영 국제부 기자

이 땅에 들어온 지 몇 년이 되지도 않은 스마트폰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하철 요금 인상에도 스마트폰이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지하철 안 풍경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야 지하철 벽면에 붙은 광고를 볼 텐데, 승객들의 시선이 스마트폰에서 떠나지 않으니 객차 안 광고 매출이 급감했다. 스마트폰이 지하철 수입 감소에 일조했고, 요금 인상이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은 기자들의 취재 방식도 바꿔 놨다. 과거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취재원 주변에서 신문기자들이 고개를 숙인 채 취재원의 말을 수첩에 옮기느라 바빴다. 취재 현장에서 중요한 무기는 수첩과 볼펜이었다. 그 때문에 기자들은 가방에서 가장 손이 빨리 가는 곳이나 바지 뒷주머니 같은 곳에 항상 취재수첩을 꽂아 뒀다. 수첩과 볼펜이 없으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요즘은 취재원에게 스마트폰을 들이대 녹음하는 방식이 대세다. 기자들은 이제 뒷주머니에 수첩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다. 그 대신 스마트폰 배터리가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게 됐다.

누구나, 어디서나 녹음을 가능하게 해 준 스마트폰은 언론계도 뒤흔들었다. 스마트폰으로 녹음된 ‘이완구 녹취록’이 그것이다. 당사자 몰래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녹취한 파일이 제3자를 통해 공개된 사건은 기자와 취재원 사이를 한층 껄끄럽게 만들었다. 기자와의 편안한 대화가 녹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꺼 놓고 얘기하자”는 취재원의 농담이 농담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사건을 벌인 당사자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이 사건은 언론계에 ‘부정적 외부효과’를 일으켰다. 부정적 외부효과는 어떤 행위가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손해를 주면서도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녹취록 사건은 취재원의 걱정을 증폭시켜 제3자인 다른 기자들에게도 피해를 줬지만 사건 당사자들에게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했다.

이런 부정적 외부효과는 꽤 자주 일어난다. 탑승자 150명이 사망한 독일 저먼윙스 부기장의 ‘자살 비행’도 이런 유형이다. 기장이 조종실을 잠시 떠난 새 사건이 벌어진 탓에 대책 마련을 위해 항공사들은 ‘조종실 상시 2인 체제’를 유지하는 규정을 부랴부랴 만들었고, 이는 항공사와 승무원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또 항공기를 이용하는 평범한 승객들도 부정적 외부효과의 피해자다. 비행기를 타면서 조종사가 딴마음을 먹지 않길 바라야 하는 걱정도 생겼다.

사회에선 다양한 사람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교통과 통신 수단의 발달은 영향력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외부효과의 범위도 넓어진 셈이다. 좋든 싫든 다양한 외부효과를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나 혼자만 잘살기는 어려운 이유다. 남이 잘살아야 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대다.

유덕영 국제부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