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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하나로 운명 바꾼 기업들

입력 | 2015-04-15 03:00:00

[新디자인 경영 시즌2]




디자인은 한 기업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덴마크의 유명한 블록 장난감 기업 ‘레고’와 ‘가전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일본 ‘발뮤다’는 디자인으로 위기를 극복한 기업의 대표적 사례다.

레고는 1990년대 비디오와 컴퓨터 게임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1998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자 레고는 비디오 게임, 의류, 시계, 영화 등 사업을 다각화했지만 오히려 기존 어린이 고객이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2004년 한 해에만 18억 크로네(약 2795억 원)의 적자가 나고 총 부채가 50억 크로네에 이르자 ‘곧 부도가 나거나 경쟁 업체에 팔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기존 블록 장난감에 로봇 시스템이 결합된 레고의 ‘마인드스톰’ 제품. 레고코리아 제공

고심 끝에 레고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디지털 디자이너’ 프로그램을 내놓아 반전을 꾀했다. 이는 사용자가 스스로 완성품을 디자인해 인터넷에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특징. 한 달에 홈페이지 방문자만 12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자 레고는 이들이 올리는 레고 작품의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기로 한다.

당시 레고에 정식으로 고용된 제품 디자이너는 120명 정도였지만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는 12만 명에 달했다. 레고는 이들 중 아이디어가 뛰어난 디자이너를 본사로 초청해 제품 디자이너와 의견을 나누게 하기도 하고, 온라인에 축적된 디자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해 신제품 개발에 응용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에는 70억 크로네(약 1조87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다. ‘집단 지성 디자인’이라는 발상이 쓰러져 가던 회사를 살린 것이다.

발뮤다의 친환경 선풍기에 적용되는 이중팬. 한국리모텍 제공

이중날개 구조를 가진 친환경 선풍기로 유명한 발뮤다의 성공에도 디자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발뮤다는 원래 고가의 스탠드를 만들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지면서 도산 직전의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데라오 겐 사장은 과감히 신제품 개발에 자금을 투자했고, 사람들이 부드러운 바람을 쐬기 위해 선풍기를 벽을 향해 틀어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선풍기에 날개를 이중으로 달아 바람을 서로 충돌시켜 자연풍에 가까운 바람이 나오도록 한 것.

이렇게 탄생한 ‘그린팬’은 날개가 2개 달린 독특한 구조와 마치 ‘애플’을 연상시키는 깔끔한 외관으로 인기를 얻었다. 발뮤다는 이 제품으로 세계 3대 디자인상을 모두 수상한 데다 선풍기와 공기청정기 등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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