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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일베 활동 기자 채용’ 공영방송 KBS, 다른 매체에 ‘갑질 논란’

입력 | 2015-04-15 05:45:00

사진제공|KBS 협회


KBS가 올해 1월 극우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활발히 활동한 전력이 있는 사람을 수습기자로 채용한 뒤 정식 발령을 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또 자사 홈페이지의 온라인 프로그램 ‘이광용의 옐로우카드’와 2TV ‘개그콘서트’ 등은 일베 이미지를 버젓이 사용해 시청자들로부터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게 아니냐”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비뚤어진 언론관까지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최근 KBS 홍보실이 일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2TV ‘뮤직뱅크’의 베트남 하노이 공연 관련 보도자료를 보냈고 이를 기사화하는 기자 한 명에게 출연 가수와 제작진 인터뷰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기사를 쓰면 인터뷰 기회를 주겠다’며 마치 시혜를 베푸는 듯한 대가성 기사 청탁의 빗나간 행태는 물론 알 권리를 지닌 수많은 대중과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언론 매체를 선별하겠다는 태도는 언론을 바라보는 KBS의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하다. 나아가 보도기능을 갖춘 공영방송으로서 언론 매체를 길들이려는 시도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대해 KBS 홍보담당자는 “KBS에 호의적인 매체에 인터뷰 기회를 주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말했다.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매체에만 선별적으로 취재의 문호를 열겠다는 의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회를 주는 것.” 가히 ‘을’을 향한 ‘갑(甲)질’의 모양새다. 언론을 바라보는 KBS 측의 어긋난 시각도 어쩌면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모른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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