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총리 거취 논란]새누리 긴급 최고위원회의
유승민-안규백, 무슨 얘기? 14일 국회에서는 이완구 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출석한 가운데 대정부 질문이 열렸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앞줄 왼쪽)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오른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직무정지 법적으로 없어”
65분간 진행된 지도부 회동의 최대 관심사는 이 총리의 거취 논의였다. 이날 오전 정치권에서 직무정지, 자진사퇴 등이 거론되면서 여당 지도부가 총리의 거취에 대해 어떤 요구를 내놓을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한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혹이 있다고 당장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다”며 “국정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총리가 스스로 검찰 수사를 빨리 받아 의혹을 풀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총리 자리 자체가 현재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국민적 정서도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총리가 먼저 속도감 있게 빨리 수사에 응할 수 있도록 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밋밋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졌는데 민심 수습책으로 보기에는 부족했다는 것.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의혹만 제기됐다고 사퇴하는 것은 선례를 남길 수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직무정지까지는 요구를 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이 총리가 스스로 직무정지를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 총리를 즉각 조사할 수 있도록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를 내리도록 얘기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어차피 총리는 사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총리가 지금 사퇴해서 당에 (길을) 터주는 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총선 파장 차단’ vs ‘정치적 쇼’ 공방
특검 수사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수용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성완종 리스트’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는 상황에서 총선 악재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하지만 ‘정치적 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론도 강하게 제기됐다. 특검 수사를 주장할 경우 현재의 검찰수사팀을 집권 여당이 불신하는 모양새가 되고 시기적으로도 특검을 주장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 아울러 특검 수사 착수를 위해선 최소한 1, 2개월의 물리적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작용했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일단은 검찰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하기로 했다”며 “야당이 특검을 요구한다면 언제든지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회의에서는 당청(黨靑)관계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나오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 개선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