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총리 거취 논란] 리스트에 이병기실장 오른 상황서 “괜한 오해 받을라” 靑과 연락끊어 공무원연금 개혁 등 현안 산더미… 무작정 거리 둘수만도 없는 상황
2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의 취임으로 당청 관계에 훈풍이 불었지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다시금 거리가 멀어지는 모양새다.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당청 간에 긴밀하게 상의해야 할 상황에서 당이 공개적으로 청와대와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 실장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당청 소통 채널을 가동했다. 고위 당정청 회의 등을 열고 국정 전반에 대해 긴밀하게 협조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내비쳤다. 하지만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지에 전·현직 대통령비서실장의 이름과 이완구 국무총리 이름까지 포함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김 대표는 12일 ‘성완종 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메모에 있는 상황이라 이 문제를 상의할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민감한 시기에 청와대와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당청 간 사전 조율을 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당분간 청와대와 연락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14일 긴급 당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면서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완종 리스트’ 파문 때문에 김 대표가 청와대와 계속 거리 두기를 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여권에 대형 악재가 터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벌써부터 당이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며 “김 대표도 ‘올해는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최선을 다해 뒷받침해야 한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고 전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