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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외교 일정만… 침묵 朴대통령, 위기탈출 카드는

입력 | 2015-04-15 03:00:00

[성완종 게이트/긴박한 정치권]16일 남미순방… 출국前 메시지 주목




생각에 잠긴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과의 한-헝가리 정상회담을 하는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세월호 1주년을 맞는 16일 남미 순방에 나서는 박 대통령이 친박(친박근혜) 핵심이 대거 포함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에 추가적인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대구와 경북 경주에서 열린 세계물포럼에 참석한 헝가리와 에티오피아 정상을 만나는 등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여의도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와대는 상황 파악에 분주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최고위원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새누리당이 설마 이완구 국무총리 직무정지라는 초헌법적 요구를 하겠느냐”면서도 “야당의 정치적 카드를 받는 순간 야당의 프레임에 말려든다. 야당이 직무정지 요구로 끝내겠느냐”고 우려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이 총리가 법무부 장관의 보고를 받는 게 문제라면 차라리 특별검사제로 가는 게 순리다. 김 대표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날 이 총리의 사퇴나 초헌법적인 직무정지를 요구했다면 사실상 ‘당청 결별’ 수순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도 ‘국정마비’를 막기 위해 대국민 호소에 나서는 등 당청 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단 ‘이 총리 최우선 수사’만을 공식화했다. 일단 파국은 면한 셈이다.

그렇다고 당청 갈등이 봉합됐다고 보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이 총리와 관련한 의혹이 꼬리를 문다면 언제든 ‘총리 사퇴’ 카드를 꺼낼 수 있는 기세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공멸’을 막기 위해 이 총리부터 ‘꼬리 자르기’를 해야 한다는 명분도 새누리당이 쥐고 있다. 16일 남미 순방에 나서는 박 대통령은 사면초가 신세다.

당분간 박 대통령은 여의도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선제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는 탓이다. 언론의 의혹 제기와 검찰의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한 의견 표명 자체가 힘든 실정이다. 12일 내놓은 ‘성역 없는 수사’ 촉구 외에 어떤 의견을 내든 오히려 정치적 논란거리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국정의 투톱인 이 총리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모두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돼 박 대통령을 대신해 ‘성완종 블랙홀’을 정리할 수 있는 인사도 없다.

그렇다고 인적 쇄신이란 승부수를 띄우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인적 쇄신에 나섰다가 수개월간 인사 난맥에 갇혀 국정동력만 갉아먹은 쓴 경험을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또 그 결과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끌수록 국정동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박 대통령은 15일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았다. 남미 순방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순방에 앞서 현 국면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최종 메시지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6일 출국에 앞서 세월호 1주년을 추모하면서 박 대통령이 직접 검찰에 엄중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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