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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년]“유병언 죽은게 맞냐며 단체로 찾아오기도”

입력 | 2015-04-15 03:00:00

[책임조사 어디까지]兪씨 은신했던 순천 별장 가보니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 4명이 12일 전남 순천시 송치재 인근 별장 ‘숲 속의 추억’ 앞에서 버섯종균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유병언 전 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되기 직전에 은신했던 이곳은 사건 이후 관광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 묘목 밭은 황무지로 변했다(오른쪽 사진).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2일 오후 4시 전남 순천시 서면 송치재 인근 한 별장. 변모 씨(63) 등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 4명이 참나무에 구멍을 뚫어 표고버섯 종균을 심고 있었다. 이곳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인 지난해 5월 4일부터 숨어 있었던 ‘숲 속의 추억’이다. 유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25일 검찰 수사관들이 이곳을 급습하자 2층 비밀창고에 숨어 있다 탈출했다. 그의 시신은 지난해 6월 12일 여기서 2.5km 떨어진 매실 묘목 밭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의 신원이 확인된 건 그로부터 다시 40일쯤 지난 7월 21일이었다.

변 씨는 지난해 5월 ‘숲 속의 추억’ 근처 S음식점에서 유 전 회장의 은신을 도운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변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유 전 회장의 큰아들 대균 씨가 온다는 연락을 받은 상태여서 유 전 회장이 이곳에 은신 중인 건 생각도 못했다”며 “검찰 수사관들에게 체포될 때 순순히 따라갔다”고 주장했다. 변 씨는 “당시 언론에서는 내가 큰소리로 고함을 치며 20분간 저항해 유 전 회장이 도피할 시간을 벌어줬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숲 속의 추억’ 관리인인 변 씨는 유 전 회장이 은신했던 곳을 최대한 원형대로 보존하겠다고 했다.

변 씨 등 구원파 신도 4명은 유 전 회장이 ‘숲 속의 추억’에 은신했다는 사실을 안 사람은 최측근 서너 명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순천지역 구원파 신도들조차도 유 전 회장이 송치재에 온 줄 몰랐다는 것이다. 홀로 된 유 전 회장이 휴대전화, 지갑 등도 없이 송치재를 떠돌다 저체온증으로 숨졌다는 경찰 수사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 40대 남성 신도는 “하루 평균 5명 정도가 호기심과 의문을 지니고 ‘숲 속의 추억’을 찾는다”며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두고는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구원파 신도들은 유 전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믿고 있는데 일부 국민은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근처 휴게소에서 만난 50대 구원파 여신도는 유 전 회장 사망에 의문을 지닌 사람들이 여전히 찾아와 ‘숲 속의 추억’ 위치를 묻는다고 전했다. 휴게소 인근 S음식점에서 만난 또 다른 여신도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표적 수사를 했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시신이 발견된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마을 주민 중에도 여전히 유 전 회장의 죽음을 믿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학구리 슈퍼마켓 여주인은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될 당시가 여름이었는데 시신 썩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학구리 매실 밭은 묘목이 모두 뽑혀 황토밭이 돼 있었다.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박윤석 씨(78)를 인근 밭에서 우연히 만났다. 박 씨는 “경찰이 수사를 한다며 밟고 다녀 묘목이 모두 고사해 갈아엎었다”며 “시신을 발견한 뒤 인근 고추밭에 농약을 뿌리지 못해 병충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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