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조사 어디까지]兪씨 은신했던 순천 별장 가보니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 4명이 12일 전남 순천시 송치재 인근 별장 ‘숲 속의 추억’ 앞에서 버섯종균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유병언 전 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되기 직전에 은신했던 이곳은 사건 이후 관광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 묘목 밭은 황무지로 변했다(오른쪽 사진).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변 씨는 지난해 5월 ‘숲 속의 추억’ 근처 S음식점에서 유 전 회장의 은신을 도운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변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유 전 회장의 큰아들 대균 씨가 온다는 연락을 받은 상태여서 유 전 회장이 이곳에 은신 중인 건 생각도 못했다”며 “검찰 수사관들에게 체포될 때 순순히 따라갔다”고 주장했다. 변 씨는 “당시 언론에서는 내가 큰소리로 고함을 치며 20분간 저항해 유 전 회장이 도피할 시간을 벌어줬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숲 속의 추억’ 관리인인 변 씨는 유 전 회장이 은신했던 곳을 최대한 원형대로 보존하겠다고 했다.
변 씨 등 구원파 신도 4명은 유 전 회장이 ‘숲 속의 추억’에 은신했다는 사실을 안 사람은 최측근 서너 명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순천지역 구원파 신도들조차도 유 전 회장이 송치재에 온 줄 몰랐다는 것이다. 홀로 된 유 전 회장이 휴대전화, 지갑 등도 없이 송치재를 떠돌다 저체온증으로 숨졌다는 경찰 수사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근처 휴게소에서 만난 50대 구원파 여신도는 유 전 회장 사망에 의문을 지닌 사람들이 여전히 찾아와 ‘숲 속의 추억’ 위치를 묻는다고 전했다. 휴게소 인근 S음식점에서 만난 또 다른 여신도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표적 수사를 했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시신이 발견된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마을 주민 중에도 여전히 유 전 회장의 죽음을 믿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학구리 슈퍼마켓 여주인은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될 당시가 여름이었는데 시신 썩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학구리 매실 밭은 묘목이 모두 뽑혀 황토밭이 돼 있었다.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박윤석 씨(78)를 인근 밭에서 우연히 만났다. 박 씨는 “경찰이 수사를 한다며 밟고 다녀 묘목이 모두 고사해 갈아엎었다”며 “시신을 발견한 뒤 인근 고추밭에 농약을 뿌리지 못해 병충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