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사무처장 한경대 교수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2013년 4월 12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의 산대저수지에서는 누수 현상이 계속돼 제방 일부가 무너졌고 지난해 2월에는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로 대학생 10명이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노후 시설물 예방조치 뒷전
이제부터라도 다음 세대에 이런 위험 요소를 물려주지 않으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먼저 우리 시설물들이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사람이 건강한 노후를 맞기 위해 미리 준비하듯 말이다. 국내 주요 시설물들은 경제성장기에 집중 건설됐다. 사람으로 치면 장년기를 지나 노년기로 접어들고 있는 시설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설물 고령화비율은 2013년 말 기준 전체 10개 중 1개(9.6%) 수준이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이 비율이 무려 21.5%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예방조치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둘째, 시설물 안전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현재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1, 2종 시설물 6만8000여 개는 국토부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특정관리대상시설물 21만여 개는 국민안전처가 각각 나눠 안전관리를 맡고 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고가 일어난다면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우나 리조트는 이 두 가지 법의 시설물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안전관리 일원화도 중요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시설물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유지관리 대상 시설물의 범위를 하루빨리 기존 규제 대상 외에도 중요 건물까지 확대해야 한다.
또 민간이 관리 주체인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도 필요하다. 국민안전처가 관할 지방자치단체 위험시설물을 정밀안전진단 처리 평가항목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미흡한 실정이다. 1, 2종 시설물 6만8000여 개 중 약 70%가 건축 분야 시설물이고 대부분 민간이 관리주체이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형식적인 안전점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진단전문기관 관리도 허술
시설물 안전진단전문기관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안전진단전문기관은 650여 개로 영세하고 안전진단 기술수준이 떨어지는 업체도 많다. 실제로 안전진단은 실시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존재한 업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시설물 점검 및 진단 결과의 신뢰성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고를 보자. 허위로 작성된 안전점검 보고서로 운항 허가를 내고 안전검사증을 내준 뒤 배는 침몰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전체에 부메랑처럼 돌아오지 않았는가. 이 업체들의 시설물 점검과 진단에 대한 실태를 체크하고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부실업체를 퇴출하고 영세업체들의 안전진단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지원 컨설팅을 실시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끝으로 정부는 시설물 유지관리에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민도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 비용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보험’이라는 사실에 공감해야 한다. 안전이 곧 복지라는 생각으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실제로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설물 유지보수 투자비율은 0.26%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설물의 고령화시대를 먼저 맞은 선진국의 대응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향후 한꺼번에 급증할 유지관리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또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그게 정부의 무한한 책임이고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