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막탄이 터지자 주황색과 흰색 연기가 치솟았다. 시야가 가려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힘들었다. 사방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이 교복을 입은 여중생 10여명이 절뚝이며 건물을 빠져나왔다. 아수라장이 된 거리에는 부상자가 쌓여갔다.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대한적십자사 긴급구호종합센터에서 열린 재난 대피 훈련 장면이다. 대형 싱크홀로 인한 도시가스관 폭발 및 화재 상황을 가정했다. 봉영여중 학생 50명과 국민안전처 직원, 일반 시민 등 300여명이 참여해 재난 발생 시 대피 요령과 응급 처치 방법을 배웠다.
훈련은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다. 한 남성은 대피소 앞에서 “누구는 들어가고 누구는 못 들어가는 게 말이 되느냐. 책임자는 어디 있느냐”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재난 시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이재민과 구조대의 갈등 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구조대는 응급환자 우선순위에 맞춰 출혈이 심하거나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부터 이송을 시작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총재는 “인간의 예측으로 재난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재난 상황에서 자기 생명 뿐 아니라 친구 가족 이웃을 살릴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이런 교육 기회를 더 자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