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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의 ‘뚝심’, 건설에서도 통했다

입력 | 2015-04-16 03:00:00

현대건설 인수 4년간 수주액 100조원 급성장




“수익도 안 나는데 외형만 키우기 위한 수주는 절대 하지 마라.”

2011년 4월 현대건설을 인수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곧바로 현대건설에 실사팀을 파견했다. 3개월 동안 경영상태와 공사현장을 점검한 결과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에서 덩치는 크지만 손실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사업장이 발견됐다. 한국 건설업체들의 고질적인 해외 출혈수주 경쟁 때문이었다. 정 회장은 “외형 1등에 집착하지 말라”는 원칙을 강하게 제시했고, 이후 ‘수익성’은 현대건설 수주의 제1원칙이 됐다.

정몽구 회장의 ‘뚝심 경영’이 자동차에 이어 건설에서도 통했다. 올해 4월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지 4년이 됐다. 그동안 현대건설은 수익성을 높이고 해외 사업을 다변화하면서 외형과 내실 모두 독보적인 업계 1위의 자리를 굳혔다.

○ 수익성 중심 내실경영 주효


현대건설은 지난해 수주액 27조1670억 원, 매출액 17조3870억 원의 성과를 냈다. 그룹 편입 전인 2010년과 비교해 수주액은 48.0%, 매출액은 73.8% 늘어난 것이다. 그룹에 편입된 이후 올해 상반기(1∼6월)까지 현대건설의 수주액은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9589억 원으로 한국 건설업체 중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건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저가 수주의 덫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수주심의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최소 6∼8%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수주를 포기했다. 그 결과 그룹 편입 첫해인 2011년에 중동지역 공사는 한 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과거 중동지역 공사가 해외 진출의 주력 시장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정 회장은 원가 관리도 ‘제조업 스타일’로 바꿨다. 원가 표준화를 추진하고, 구매와 외주 프로세스 시스템 개선, 간접비 절감 등으로 원가 경쟁력을 높여 경영 손실을 줄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수익성을 너무 따지다 보니 처음에는 매출이 줄어 직원들 사이에 ‘이래도 되나’라는 불안감도 있었다”며 “하지만 양질의 해외 공사 비중이 늘고 원가 절감 노력이 성공을 거두며 점차 매출 증가로 이어지자 ‘역시 회장님’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 해외 다변화, 그룹 시너지 효과

출혈수주를 하지 않았지만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 규모는 2012년부터 다시 커졌다. 중동 지역 중심의 수주 전략에서 탈피해 중남미,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는 데 집중한 덕분이었다.

2010년에는 전체 수주액에서 중동·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89.1%나 됐지만 지난해에는 38.4%까지 떨어졌다. 그 대신 중남미, CIS,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신시장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버리라”는 정 회장의 주문에 맞춰 수주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네트워크와 글로벌 인지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세계 190여 개국에 걸친 현대차그룹의 광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철강, 철도, 금융 등 다양한 사업 분야의 경쟁력은 현대건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혀 왔다.

현대건설은 2013년 7월 7억 달러(약 7700억 원) 규모의 터키 보스포루스 제3대교 건설 공사를 따내 유럽 건설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1997년 설립된 현대차 최초의 해외 공장인 터키공장의 인지도와 현지 네트워크가 수주에 큰 도움이 됐다. 중남미 진출 과정에도 현대 브랜드의 힘이 컸다. 현대차가 칠레, 브라질, 콜롬비아 등에 17개 차종을 수출하며 선두업체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세련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그룹의 경영 기조에 따른 선별 수주와 지역 다변화, 공종 다각화를 통해 해외 수주 1등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