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남미 순방의 화두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한 경제 활성화인데 성완종 게이트로 빛을 잃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25개 회사 관계자들이 대통령과 함께 가지만 미디어는 성완종 파편으로 온통 뒤덮여 있다. 이완구 총리는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서울공항을 이륙하면 정부서울청사와 삼청동 공관을 오가며 대통령 대행 노릇을 해야 하는 판에 3000만 원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 총리가 ‘식물총리’가 되다시피 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장기 해외 출장에 나서는 데 따른 심적 부담이 클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의 출국일이 4·16 참사 1주년과 겹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야당에서는 “전대미문의 권력 비리 게이트가 터졌는데 대통령이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해외 순방을 가느냐”(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며 순방 연기를 촉구했다. 야당의 언사도 지나치다. 상황이야 어찌 됐든 정부가 대외적으로 약속한 4개국과의 외교 일정을 연기한다면 나라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