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봉한 류승룡 주연 영화 ‘7번방의 선물’. 진한 부성애를 그린 감동적인 이야기로 누적관객 1281만명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사진제공|화인웍스
영화 ‘7번방의 선물’ 수익 배당 분쟁
10년 동지 이환경 감독·김민기 대표
보너스 미지급 갈등으로 ‘각자의 길’
‘7번방의 선물’이 남긴 상처가 깊다.
2년 전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반전의 흥행작 ‘7번방의 선물’의 이환경 감독과 제작자 김민기 화인웍스 대표가 최근 결별했다. 2004년 데뷔작을 막 내놓은 신인감독과 베테랑 영화 투자담당자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10년의 신뢰를 쌓은 뒤였다.
이환경 감독과 김민기 대표는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파트너십으로 유명했다. 함께한 영화가 ‘망’하면 대게 헤어지는 게 다반사인 영화계에서 굳은 믿음을 가진 동반자로 통했다. 2011년 ‘챔프’의 실패를 “함께 소주 마시며” 견뎠고, 와신상담 끝에 2년 뒤 ‘7번방의 선물’을 내놓았다. 순제작비 38억원을 들여 1281만명을 모은 흥행작은 그렇게 탄생했다. 역대 1000만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총 매출만 91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계속될 줄로만 알았던 두 사람의 관계에 결국 균열이 생겼다. 영화사의 순수익 92억원을 둘러싸고 화인웍스와 공동제작사 CL엔터테인먼트가 법적 분쟁에 돌입하고, 그 소송전이 장기화한 탓이다. 갈등의 여파는 막역했던 감독과 제작자의 관계에까지 이어졌다.
이환경 감독은 애초 ‘7번방의 선물’의 제작비를 고려해 연출 비용을 낮춰 받았다. 대신 흥행에 성공하면 보너스를 받는 조건으로 양보했다. 주연 류승룡도 비슷한 방식을 택했다. 뜻밖의 흥행으로 감독 앞에 책정된 보너스 액수는 18억원. 그는 약속받은 금액 중 일부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대표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 법적 분쟁과 더불어 최근 제작한 ‘맨홀’ ‘순수의 시대’의 성적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결국 ‘각자의 길’을 택했다.
이 감독과 김 대표가 ‘챔프’ ‘7번방의 선물’에 이어 준비하던 세 번째 영화도 그렇게 무산됐다. 완벽에 가까웠던 성공 스토리는 예상치 못한 ‘돈’ 문제와 얽히며 쓸쓸함만 남기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