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평택-당진항에 전용부두 착공… 물류기지 가보니
15일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센추리호’(왼쪽)와 ‘심포니호’(오른쪽)가 자동차 선적을 위해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당진항에 정박해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평택·당진항 동부두 1번 선석(심포니호 오른쪽)을 개발하는 자동차선 전용부두 착공식을 열었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해외 수출모델명인 ‘피칸토’를 달고 있는 기아자동차 모닝이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앞으로 나아갔다. 100m 남짓한 컨베이어벨트 아래에서 회색 보호 의류를 착용한 근로자들이 모닝의 아래쪽에 ‘방청왁스’를 뿌렸다. 방청왁스는 바닷물이나 비 때문에 녹이 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물질.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수출 과정에서 바다를 건너기 때문에 소금기에 녹이 슬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 필수”라며 “특히 비와 눈이 많이 오는 북유럽의 경우 방청 작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평택·당진항 3부두에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전용선인 ‘글로비스 센추리’호에 보닛과 천장에 흰색 보호막을 붙인 수출용 모닝이 실리고 있었다. 길이 200m, 폭 32m인 이 배에 올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8번(층) 덱에 올라갔다. 총 13층인 이 배는 12층까지가 차를 싣는 공간으로 돼 있다. 마치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연상시키는 8번 덱에는 사이드미러를 접어놓은 포드 차량이 약 30cm 간격으로 실렸고 앞 범퍼에는 3가닥의 줄로 차가 고정됐다. 줄 끝에 달린 갈고리는 바닥의 구멍에 들어가 있었다. 이 배의 김기문 선장은 “줄 하나가 2t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줄을 만져보니 엄청난 팽팽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공간에는 커다란 배 안인데도 계속 센 바람이 불었는데, 자동차가 워낙 많이 실리다 보니 배기가스를 내보내기 위해 일부러 환풍기를 돌리기 때문이었다.
이날 공개된 글로비스 센추리호는 현대자동차 ‘엑센트’를 기준으로 6000여 대가 들어가는데, 하루 8시간을 작업하면 약 3500대를 실을 수 있으니 배를 꽉 채우려면 이틀 가까이 걸리는 크기다. 또 어떤 차종을 싣느냐에 따라 실제 실리는 차의 대수가 달라지는데, 특히 포클레인 같은 건설 중장비나 시내버스도 실을 수 있다. 이때는 한 층의 바닥을 아예 위로 들어올려 높이 2m짜리 두개 층을 합쳐 4m짜리 층을 만들게 돼 있다. 실제 이때 이 배의 7층의 일부 공간은 위층 바닥을 조금 들어올려 높이를 230cm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차체가 높은 차들을 실을 공간을 만들고 대신 그 위에 높이가 낮아진 공간에는 소형차를 싣는 식이다. 이 배는 선적이 끝나는 대로 남미로 출발해 수출되는 차 물량을 내려놓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미국 동부와 중동을 거쳐 다시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다. 이 여정에는 약 4, 5개월이 걸린다.
평택·당진항 1번 부두 개발은 현대글로비스가 720억 원을 들여 최대 자동차 8000대를 실을 수 있는 자동차운반선(5만 t급)이 댈 수 있는 부두를 짓는 사업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첫 해운 하역 거점이 될 이곳 부두가 완성되면 현대글로비스는 육상-항만-해상을 잇는 ‘일관 물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현대글로비스는 부두를 운영하며 매년 약 210억 원의 추가 매출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그간 현대·기아차 수출물량의 60%를 담당했던 해상운송업체 ‘유코카캐리어스’와 현대·기아차의 의무계약 기간이 올해 끝나는 데다 2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하는 ‘블록딜’에 성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피할 수 있게 된 만큼 현대·기아차의 물류 업무를 담당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장기적으로 전체 매출 중 현재 55% 정도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비중을 40% 밑으로 낮추고 제3자 물류 비중을 6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 수출 물동량은 최근 7년간 연평균 3%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평택·당진항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4.7%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착공식에는 유의동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등 정관계 인사 및 관계자 약 200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