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총리 거취 논란] 朴대통령, 출국 하루 앞두고 메시지
“부패 덮으면 미래 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1주년 관련 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무관용’ 원칙에 입각한 철저 수사 주문
새누리당 지도부는 전날 검찰에 가장 먼저 이완구 국무총리를 수사하라고 압박했다. 당내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15일에는 이 총리의 사퇴론이 급물살을 탔다. 박 대통령이 국내를 비운 사이 여권 내부의 파열음은 극심한 국정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오르면서 새누리당은 청와대와의 소통 채널마저 끊은 상태다.
박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부정부패 엄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 국민도 그런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품수수 의혹을) 완전히 밝히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무관용 원칙’에 나설 테니 새누리당도 그때까지 상황을 지켜봐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이 총리도 수사에 적극 응하라는 사인도 담겨 있다.
○ ‘정치개혁’을 화두로 던진 박 대통령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화두로 던졌다. 이는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에 얽매이지 않고 전방위로 수사하겠다는 의지와 맞물려 묘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가 현 정부 실세에 머물지 않고 여야 정치권 전체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성완종 게이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도 읽힌다.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 전반을 정조준하면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정말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직과 활동 인원 등을 규정하는 시행령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라는 지시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한 시행령대로 특조위를 운영하면 조사 대상인 해수부 공무원이 특조위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며 시행령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아주 시의적절한 옳은 말씀”이라고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수족 같은 사람이 의혹에 휩싸인 것에 대해 먼저 반성을 하고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하는 것이 도리”라며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