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검찰 수사]成측근들 자택-경남기업 압수수색
경남기업 본사 압수품 들고 나오는 검찰 15일 오후 8시 반경 서울 동대문구 경남기업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특별수사팀이 압수품을 담은 상자를 들고 수사팀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고검으로 향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성 회장, 주요 자리마다 비서 이모 씨 대동
이 씨는 겸손하면서도 세련된 매너까지 갖춘 것으로 지인들은 얘기하고 있다. 말투가 다소 어눌하고 소탈한 성격의 성 회장은 이 씨를 아껴 국회에 입성할 때도 이 씨를 4급 보좌관으로 데려갔다.
그럼에도 이 씨는 성 회장을 등에 업고 권한을 남용하는 일이 없었고, 그런 그를 경남기업 관계자는 “흔히들 이 씨를 놓고 성 회장 옆에서 호가호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겸손하고 충직한 수행비서였다”며 “모든 사람이 등을 돌려도 이 씨만큼은 성 회장에게 누를 끼칠 진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단순한 비서라기보다는 성 회장의 ‘두뇌’ 역할도 겸했다고 한다. 성 회장이 애정을 쏟은 충청포럼 회원들을 관리하고 성 회장의 의중을 읽고 다른 수행비서나 운전기사 여모 씨에게 지시할 정도로 업무의 중심축이었다.
특히 이 씨는 성 회장이 숨지기 전 금품 전달 관련자들을 만나 “언제 어디서 ○○에게 ○○원을 건넸다”는 식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 동석하고 이를 꼼꼼히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금품 수수 의혹의 실마리를 가진 인물이다. 성 회장은 2013년 4월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때도 이 씨가 성 회장을 동행했다는 게 경남기업 관계자의 얘기다. 성 회장이 유력 인사 약속과 관계를 일정표나 장부에 꼼꼼하게 적었고 이를 측근과 공유한 점을 보면 이 씨가 최근 7, 8년의 기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씨가 성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면 재무담당 전 부사장 한모 씨(50)는 성 회장의 ‘곳간지기’였다.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는 “평소 성 회장에게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성 회장은 ‘한 부사장에게 말하고 돈을 받아가라’고 했다. 물론 돈이 집행된 사실은 이 씨에게도 보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처를 알 수 없는 ‘현장 전도금 32억 원’을 비롯한 한 씨의 진술은 검찰의 로비 수사에 단초를 제공했다. 한 씨는 “2012년 총선 당시 2억 원을 현금화했다. 성 회장 지시로 만들어 드렸고 어디로 흘러갔는지 나는 모른다”는 진술도 했다. 성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문어발식 인맥을 가진 점에서, 한 씨의 진술 내용에 따라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2011년과 2012년을 전후해 인출된 현장 전도금 명목의 현금이 17억 원가량이라는 점에서 한 씨의 구체적 진술이 나올 경우 수사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한 씨는 검찰에서 “성 회장과 동행해 당 대표 경선을 준비하던 홍준표(현 경남도지사) 캠프 소속 윤모 씨(52)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이후 숨진 성 회장이 남긴 리스트에 홍 지사 이름이 거명됐고, 윤 씨도 “나는 단순 전달자”라는 취지로 사실상 인정해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홍 지사는 유력한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다만 한 씨는 돈의 최종 용처에 대해선 모를 가능성이 있다.
한 씨의 전임자이자 성 회장의 과거 최측근인 전모 씨(50)도 성 회장의 노무현 정부 시절 사면 로비 의혹과 관련해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 씨 진술에 따라 성 회장이 2007년 11월 상고를 포기한 직후 한 달여 만에 ‘초고속 사면’을 받아낸 과정이 드러날 수 있다. 당시 법무부는 성 회장 사면이 부적절하다는 의견까지 냈으나 청와대의 뜻에 따라 성 회장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성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아 깊은 신임을 받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49)도 핵심 조사대상이다. 박 전 상무는 성 회장의 유서를 공개하는 등 성 회장 일가와 깊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성 회장의 또 다른 수행비서 임모 씨와 운전기사 이모 씨도 조사 대상이다.
변종국 bjk@donga.com·조동주·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