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공부력’이다]<2>노력 안 하는 아이, 성실성 어떻게 높일까

동아일보는 공부력을 알아볼 수 있는 진학사의 진로진학예측검사(KMDT)와 상담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성실성에 문제가 있는 대표적 사례를 뽑고 전문가의 도움말로 해결 방안을 알아봤다.

성실성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하는 ‘공부력’의 핵심 요소다. 성실성을 키우려면 자녀의 작은 실천이나 성취에도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다. 동아일보DB
“우리 애는 ‘지금부터 공부할 테니 조용히 해 달라’고 방에 들어가서는 침대에 누워 빈둥대고 있어요. ‘공부한다더니 뭐하느냐’고 하면 넉살 좋게 ‘배운 걸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중’이라며 공부는 앉아서만 하는 게 아니래요. 말은 잘해요. 주변에서는 성격 좋고 친구도 많으니 부럽다는데 말만 번지르르하고 할 일은 제대로 안 하는 게 답답해요.”
이런 유형의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스스로도 계획만큼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이 때문에 부모가 “공부하라”고 계속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실천 가능한 작은 계획부터 성취하는 경험을 쌓도록 해주는 것. ‘넌 말만 잘한다’는 식으로 핀잔을 주는 것은 금물이다. 작은 실천에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다.
○ 공부 얘기만 하면 버럭, ‘반항아형’
“아, 그만 좀 물어보세요. 시험 못 봤다고요.”
중학교 2학년인 B 군은 부모가 공부 이야기만 꺼내면 짜증을 낸다. B 군 어머니는 학교시험 결과를 물었다가 “잔소리 그만하라”며 화를 내는 아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성적이 나쁘다고 다그치는 것도 아닌데 화부터 내는 탓에 어떻게 아들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난감한 적이 많았다.
해결책은 우선 부모 자녀 간 관계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송인섭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자녀의 현재 상태를 인정해주라”고 조언했다. 아이에 대한 기대와 그로 인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라는 것. 그 다음은 아이에게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며 대화의 주도권을 줘야 한다. 만약 속내를 잘 말하지 않는 성격이라면 부모가 먼저 대안을 제시하고 아이가 선택하도록 한다.
○ 시키는 대로만, ‘겉으로는 모범생형’
“엄마, 가끔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C 양은 줄곧 성적 상위권을 유지한 모범생. C 양 어머니는 최근 딸이 지나가듯 던진 말에 신경이 쓰였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딸은 “별것 아니다”라며 “다만 고등학생이 되니 공부 부담이 커졌고 아직도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C 양은 성실성이 매우 높고 학습자신감도 충분해 공부력이 높은 편이었다. 문제는 C 양이 지금까지 부모가 시키는 대로만 착실히 공부를 해왔다는 점이다. 상담 결과 C 양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학습부담이 커지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학생의 학부모는 “우리 애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윤 이사는 “어린 시절부터 시키는 대로 공부하면서 주변 어른들의 칭찬과 기대에 억눌리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쉽다”며 “적절히 해소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