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막장이 나쁜 뜻으로 널리 쓰이자 2009년 3월 당시 조관일 석탄공사 사장은 “막장은 30도를 오르내리는 고온을 잊은 채 땀 흘려 일하는 삶의 터전”이라고 했던 그곳이다. 그러나 요즘 언중은 ‘갈 데까지 갔다’는 부정적 의미로 주로 쓴다. 막장 드라마, 막장 집회, 막장 가족 등등…. 이런 ‘막장’에 ‘개’가 붙었으니 그 의미는 분명하다. 예전에 죄인의 목을 베는 ‘망나니’에 ‘개’를 붙여 ‘개망나니’로 부른 것처럼 부정에 부정의 의미를 더한 것이다.
문제는 ‘개미남’이다. 잘생긴 사람을 가리키는 미남에 개를 붙였다. 잘생긴 사람과 못생긴 사람 중 어느 쪽을 가리키는지 아리송하다. 열쇠는 젊은이들의 언어문화에 있다. 여기에서 ‘개’는 긍정을 강조한다. 즉 개미남은 미남 중의 미남을 가리킨다. ‘개이득(큰 이득을 봄)’ ‘개맛(아주 맛있다)’처럼 좋은 의미를 더욱 강조하는 쓰임새와 같다. 그렇지만 생소하고, 거부감이 든다.
개는 또 개꿈, 개죽음처럼 ‘헛됨’ ‘쓸데없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럼 개의 반대는? ‘참’이다. 참사랑 참뜻 등에는 ‘진실하고 올바르다’는 뜻이, 참기름 참나물 참조기 등에는 진짜배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 참기름에도 가짜가 많다 보니 ‘순(純) 100% 진짜 참기름’이라는 웃지 못할 장문이 탄생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게 언어라지만 젊은이들의 ‘의미 뒤집기’가 TV 드라마까지 점령해버린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판’이라고는 못하겠고 개탄만 할 뿐이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