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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진 창가에 앉아…” 끝내 눈물 떨군 이문세

입력 | 2015-04-17 03:00:00

서울서 첫번째 전국 순회콘서트, ‘갑상샘암’ 걱정 말라는 듯 열창




15일 밤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서 ‘봄바람’을 부른 가수 이문세. 그의 절창에도 전기기타 연주에도 탱글탱글 입자가 살아 있었다. 케이문에프엔디 제공

‘노을 진 창가에 앉아/멀리 떠가는 구름을 보며/찾고 싶은 옛 생각들….’

여기까지 부르고 가수는 멈췄다. 마이크를 입에서 떼고 눈가를 훔치는가 싶더니 아예 객석을 등지고 한참을 우두커니 섰다. 객석을 남김없이 메운 1070명의 목소리가 남은 노래를 완성했다.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그대 외로워 울지만/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객석을 향한 가수는 마이크를 아예 내리고 육성으로 객석에 외쳤다. ‘떠나지 않아요∼.’(‘소녀’ 중)

15일 밤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2015 시어터 이문세’ 공연. 이문세(56)가 2013∼14년 가진 ‘대한민국 이문세’ 콘서트 이후 11개월 만에 여는 전국 순회공연 첫날이었다. 그 사이 그는 갑상샘암 재발로 두 번째 수술(지난해 7월)을 받았다. 최근 낸 13년 만의 정규앨범 ‘뉴 디렉션’을 히트시켰지만 부르고 또 불러 고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아닌 무대에서 그의 목소리가 예전만큼 폭발할까. 공연 시작 전부터 기대와 조마조마함이 객석에 교차했다.

이문세는 130분 내내 혼신을 다해 부른 23곡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첫 곡 ‘휘파람’과 둘째 곡 ‘애수’를 끝낸 그는 객석을 향해 “아픈 덴 없었고요? 걱정 많이 했죠?” 하고 먼저 문안했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난 아직 르잖아요’ ‘깊은 밤을 날아서’ ‘그대와 영원히’ ‘봄바람’…. 명곡의 향연은 각자의 색깔로 관객들 마음을 허물었다. 신작에서 주력한 힘 뺀 목소리 대신 이문세는 자주 힘찬 진성으로, 긴 호흡으로 노래의 하이라이트를 뚜렷하게 색칠했다.

이문세는 이번 공연에서 영상, 미술, 안무를 포함한 제작진을 새로 꾸렸다. 현대무용가 김설진 팀이 맡은 안무는 추상적이면서도 노래의 감성에 묘하게 붙었다. ‘광화문 연가’에서 무용수들은 무대에 투사된 돌담길을 배경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끌며 회한의 정서를 증폭했다. 지축을 울리는 드럼과 힘찬 신시사이저의 행진이 노래가 지닌 안타까운 정서와 보색대비를 이룬 ‘파랑새’ 역시 하이라이트였다. 이문세 노래의 여러 가사를 겹친 모자이크, 가로수 이미지를 활용한 무대미술은 화려한 ‘극장 쇼’식 연출에 가려지지 않았다. 23일까지 이어지는 서울 공연은 전석 매진이다. 다음 달 전주 부산 경산, 6월 성남 춘천 창원 천안 공연 좌석은 얼마 남지 않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