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사직구장 시구 12세 박민성양 프로선수 꿈꾸며 리틀야구서 운동 “금녀의 벽, 언젠간 무너지겠죠?”
롯데 제공
한국에도 데이비스 같은 소녀들이 있습니다.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구를 한 박민성 양(12·부산 대연초 6·사진)도 그중 한 사람이죠. 무작정 야구가 좋다는 박 양은 롯데의 열렬한 팬입니다. 롯데 선수들을 만난 것도, 많은 관중 앞에서 공을 던져본 것도 그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 됐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야구를 하는 박 양을 보며 그의 부모는 걱정이 앞섰다고 합니다. 야구는 ‘남자들의 운동’이라는 편견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딸의 꿈을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였죠. 중학교 진학 후 박 양을 받아줄 야구팀이 있을지 불투명했습니다. 고민 끝에 박 양은 지난해 부산남구리틀야구단에 입단했습니다.
안향미는 1999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에서 덕수정보산업고(현 덕수고)의 선발 투수로 등판해 공식 대회에 출전한 첫 여성 야구선수가 됐습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과 프로팀 진출이 좌절된 뒤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습니다. 해외 독립리그 진출이 불가능한 대부분의 국내 여성 선수들은 사회인야구단에서 활동하며 국가대표 선발을 목표로 뜁니다.
박 양의 꿈은 롯데의 손아섭(27) 같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박 양은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야구가 재미있고 좋기 때문이죠. 현재 한국 프로야구 규정에 성별 제한은 없습니다. 해외 리그에서 뛰던 몇몇 여자선수가 프로 지명 신청을 한 적은 있지만 실제 지명을 받은 선수는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하다 보면 잘되지 않을까요”라고 박 양은 말합니다. 박 양은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벽은 언젠가 무너진다는 역사적 진실입니다. 68년 전 4월 15일 재키 로빈슨(1919∼1972)이 데뷔하며 메이저리그에서 인종차별의 벽을 무너뜨린 것처럼 말이죠.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