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않는 갈등]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식은 한순간에 정부를 향한 성토대회로 변했다.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 약속의 밤’에는 유가족과 시민 등 약 1만 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희생자를 추모하던 시민들은 “분향소에 가겠다”며 도로를 점거하고 밤 12시를 넘겨 행진했다.
이날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가 연 추모 행사가 시작됐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대통령은 팽목항에서 대국민 담화만 하고 떠났다”며 “대통령의 답을 얻어내기 위해 끝까지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자리에 앉아 박수를 보내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분위기가 급변한 건 오후 9시경 행사가 마무리될 즈음이었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임시 분향소가 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 함께 헌화하러 가자”고 말했다. 이에 참가자들이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화답하며, 가져온 국화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찰이 설치한 차벽에 막힌 시위 참가자들은 청계천을 따라 우회하며 지속적으로 구호를 외쳤다. 전명선 운영위원장이 선두에 섰다.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향하자 경찰은 오후 9시 50분 시위대에 최루액(캡사이신)을 뿌리며 대응에 나서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10대 여학생들은 채증하려는 경찰을 향해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오후 10시 20분경 청계천을 따라 우회한 시위대가 종로3가로 진출해 차도를 점거하자 을지로와 청계천로까지 영향을 미쳐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추모 참가자들은 17일 자정 너머까지 5000여 명이 남아 종로구 종로3가 일대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과 대치한 세월호 추모인파 1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범국민 추모문화제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 분향소로 가기 위해 왕복 12차로인 세종대로를 행진하고 있다. 이날 예정에 없던 거리행진 때문에 광화문 일대는 밤늦게까지 교통체증을 겪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날 낮에도 서울 도심은 추모 대신 갈등과 대립이 넘쳤다. 16일 오후 3시부터 1시간가량 서울 도심 한복판인 광화문광장에서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욕설과 비난이 오갔다. 광장 맞은편 KT 본사 앞에서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150명(경찰 추산)이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아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고, 선동꾼들은 지옥으로 꺼져라”라고 외쳤다. 맞은편 광장의 안쪽에 선 이들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물러가라”고 맞받아쳤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샘물 evey@donga.com·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