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녹음파일 공개 이후] 표적수사 배경으로 성완종이 언급한 ‘반기문 대망론’ 실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 사진), 故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 “성 회장, ‘반 총장 차기 대통령감’ 언급”…친박계는 부인
상당수 여야 정치인은 성 회장이 생전에 ‘반기문 대망론’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충청지역 출신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성 회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반 총장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도 전했다.
친박계 인사들은 성 회장과의 연관성 속에 반기문 띄우기를 했다는 주장은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포럼 간사를 맡았던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초청한 여론조사 전문가가 반 총장을 주제로 강연했을 뿐”이라며 “성 회장에게 반 총장 관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노철래 의원도 “반 총장의 모친이 내 지역구인 남한산성을 방문한 인연을 계기로 반 총장과 편지를 주고받고 식사를 한 것이지 성 회장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 반기문-동교동 손잡는 ‘뉴 DJP연합’ 구상?
야권에서는 지난해 11월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자신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 대선후보론을 공식적으로 펼쳤다. 당시 권 고문은 “반 총장 쪽에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 대선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면서 “반 총장 측근들이 얘기한 시점은 6개월 전이었고 최근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이훈평 전 의원은 당시 권 고문이 언급한 ‘최근’에 만났다는 인사가 성 회장이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출판기념회 전 성 회장 쪽에서 권 고문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해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성 회장이 반 총장 (대선후보 만들기를) 다 하는 것처럼 하고 다녔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성 회장이 제3자를 통해 만남을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반 총장과 동교동이 손을 잡는 ‘뉴 DJP연합’을 성 회장이 언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반 총장이 우리 당으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그를 만나면 상황이 이상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 이 총리 “터무니없다”…成 측 “일리 있다”
이 총리는 성 회장의 죽음 직전 인터뷰에 대해 “반 총장님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나”라면서 “터무니없는 말씀”이라며 일축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비약할 수 있는가, 대단히 오해를 했구나’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선을 그었다.
반 총장의 동생이자 경남기업 고문을 맡고 있는 반기상 씨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성 회장이 밝힌 ‘반 총장 견제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야기다.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반 씨는 또 성 회장이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에 도움을 줬다는 설에 대해 “그걸 믿습니까. 나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 그거 얘기하는 분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성 회장 지인은 “이 총리가 충청도 맹주를 꿈꾸지 않나.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반 총장이 대선후보로 부각되면 성 회장이 갖고 있는 충청포럼 조직이 뒷받침을 할 테니 성 회장을 꺾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