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검찰 수사 어떻게]檢안팎 “사망전 통화 계획된 흔적” “기자회견이 형량에 반영되겠나” 변호사에 전화 걸어 물어보기도
15일 공개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남긴 육성 통화 내용에 따르면 성 회장은 48분 14초 동안 ‘공소시효’라는 단어를 두 차례, ‘조건(대가)’을 다섯 차례 언급했다. 금품을 받은 정치인들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금품의 성격에 따라 ‘공여자’에 해당하는 자신에게 적용될 법 조항이 어떻게 달라질지 미리 검토한 듯한 발언이다. 이처럼 16일 검찰 안팎에서는 성 회장이 미리 언론에 거론할 대상과 표현을 치밀하게 계획한 듯한 흔적이 있다는 얘기가 많다.
성 회장은 2007년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7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하며 “공소시효 같은 것(은) 지났지만”이라거나 “공소시효가 지나고 안 지나고 중요한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허 전 실장이 대통령 후보 경선 전후 금품을 받은 것이 위법인지 사전에 검토한 듯한 발언이다.
비교적 최근 전달했던 금품에 대해서는 대가성이 없는 단순한 정치자금이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2013년 4월 3000만 원을 줬다고 주장할 땐 “다 선거 때마다 조금씩 주고받지 않나. 조건이 있던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고,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2011년 1억 원을 줬다는 부분에서는 “아무 조건 없이”라는 말을 두 차례나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가성 여부는 공여자 측의 형량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성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각오로 인터뷰를 하면서도 자신의 발언이 주변 인물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 회장이 인터뷰 사이사이에 부연 설명을 집어넣은 점도 눈에 띈다. 성 회장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2006년 10만 달러를 줬다고 말하고 나선 검찰 수사에 대한 서운함 등을 한참 이야기하다가 불쑥 “김 실장 건은 ○○일보 9월 26일자를 보면 (독일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고 근거를 덧붙이는 대목이 나온다. 홍 지사 얘기를 할 땐 돈을 전달한 인물의 실명도 거론했다. 이 같은 언급은 자신의 말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