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4월의 주제는 ‘안전’]<71>동네 건설현장 너무 불안해요
15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빌라 공사현장. 용접용 가스통이 방치돼 있고 각종 자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지만 출입을 제한하는 안전띠나 공사 관계자는 찾아볼 수 없다. 가스통 근처에서는 담배꽁초도 여러 개 발견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최근 서울 사당종합체육관, 경기 용인 교각공사 현장에서 잇따라 붕괴사고가 발생하는 등 공사장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993명 중 건설업 종사 사망자는 435명에 이른다.
그러나 대규모가 아닌 동네 곳곳에 있는 소형 공사장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민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어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지만 안전의식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탓이다. 공사현장 규모가 작은 데다 공사기일 단축 등 효율 높이기에 주목하다 보니 안전펜스 설치 등 기초적인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일이 적지 않다.
공기 단축에 신경 쓰다 위험에 노출된 현장도 있었다. 서울 중구 신당5동의 한 교회 건설현장에서는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건물 입구의 안전펜스 일부가 철거돼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보도블록을 깔아야 해 펜스를 철거했다”며 “건물이 거의 다 올라갔는데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모가 작은 공사현장에서부터 안전의 일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행인들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건설사에서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를 공공의 영역으로 여겨 별도로 안전요원을 두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법률상 공사금액 120억 원 이상의 건물에는 안전관리자를 두어야 하지만 이들은 작업장 인부의 안전 등 건물 내부의 안전 문제만 책임지고 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공사 경비를 줄이려고 안전관리자를 서류상으로만 배치하고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주택가에 있는 소형 공사장일수록 행인과 현장을 엄격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