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스 아테네 국립대 교수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이 그리스 망쳤다” “재정위기 탈출 유일한 길은 구조개혁”
《 “정치의 실패가 그리스를 망쳤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만난 지식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지금 그리스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시리자당조차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사분오열된 양상이다. 일부 정치 세력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과 협상하겠다는 치프라스 총리의 결정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으며 점거 농성까지 벌이고 있다. 그리스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나라에서 대표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두 사람을 인터뷰해 해법을 들어 봤다. 》
그는 그리스 문제를 보는 객관적 시선을 담은 칼럼을 써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의 단골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하치스 교수는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에 진 빚을 갚고, 국민에게 다시 연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구조 개혁을 계속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일부는 사실이다. 2010년 그리스에 대한 첫 구제금융은 결과적으로 프랑스와 독일 은행을 구제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리스 은행도 구제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만일 그때 구제금융이 없었더라면 그리스의 모든 금융과 기업 활동은 붕괴됐을 것이다. 그리스가 앞으로 개혁을 지속한다면 채무 지불 만기 유예, 이자율 인하와 같은 채무 구조조정은 가능하다고 본다.”
―모든 부분을 쥐어짜는 긴축정책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긴축정책으로 위기가 증폭됐다. 가장 큰 문제는 형평성이다. 부유층이나 공공부문은 놔두고 더 짜낼 것이 없는 중하층 국민만 극단으로까지 몰아붙였다. 여기서 나온 결과가 극단주의 정치 세력의 출현이다. 어떻든 정권을 잡은 급진 좌파 성향의 시리자당마저 실패할 경우 그리스인들이 다음엔 신(新)나치주의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을 집권당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경제 위기로 민주주의를 위협받고 있다.”
―그리스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뭔가.
▼ 비트로스 아테네 경제대 명예교수 “개혁 가로막는 공공부문 비효율이 문제” ▼
“그건 오해다. 그리스의 민간부문 생산성은 독일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2011년 민간부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만7000유로로, 독일의 7만2000유로와 비슷했다. 연평균 노동시간도 203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짧지 않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라고 다시 묻자 그는 “비대한 공공부문의 ‘비효율’”이라고 답했다.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1950년부터 1974년까지 현재의 중국처럼 7%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1974년부터 2010년까지 그리스의 성장률은 0∼1%대로 뚝 떨어졌다. 이에 대해 비트로스 교수는 “1974년부터 중도 우파 신민당(NP)과 중도 좌파 사회당(PASOK)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서로 누가 국민에게 더 잘 보일까 하는 ‘포퓰리즘 경쟁’을 했다”며 “정치의 실패가 경제를 망쳤다”고 말했다.
비트로스 교수는 그리스 공공부문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경기장을 꼽았다. 그는 “올림픽 경기장이 10년간 방치돼 마치 고대 그리스 유적처럼 풀이 무성한 폐허로 변한 것은 공공부문의 주먹구구식 운영의 상징”이라며 “그리스의 모든 항구와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고 외국의 투자를 받아들여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테네=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