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성완종 회장이 대표로 있던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감으로써 채권단이 빌려준 1조3000억 원은 대부분 회수할 수 없게 됐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5207억 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산업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각각 수백억 원에서 1700여억 원까지 물렸다. 이 돈은 앞으로 국민 세금으로 메우거나 은행 이용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갈 수밖에 없다.
경남기업은 세 차례 워크아웃을 겪은 뒤 결국 살아남았다. 그 배경에는 정권 고위층 및 금융 당국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성 회장이 남긴 메모를 보면 경남기업이 2013년 3차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당시 담당 국장), 김용환 당시 수출입은행장, 임종룡 금융위원장(당시 NH농협지주 회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이후 채권단은 대주주의 주식 지분을 줄이는 무상 감자(減資)도 하지 않고 6300억 원을 투입하는 특혜를 줬다.
은행들은 분양 실패로 자금난을 겪었던 베트남 최고층 건물 ‘랜드마크 72’를 짓는 과정에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경남기업을 지원했다. 2013년 주채권은행이 수출입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바뀐 과정도 석연치 않다. 당시 성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관할하는 상임위원회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부실 기업의 주인이 정치적 힘과 인맥을 동원해 금융권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