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병/마이클 웨셀스 지음/이상근 옮김/408쪽·1만4800원·세리’프

소말리아의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샤밥’ 소속 소년병이 무장을 한 채 행군하고 있다. 올 초 발생한 김모 군(18)의 이슬람국가(IS) 가입 논란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30만 명에 육박하는 소년병의 인권 문제가 국제적 화두가 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알카에다 소속 소년병이 사격훈련을 하는 모습. 세리’프 제공

과격 무장단체들은 왜 10대 병사, 즉 ‘소년병(少年兵)’을 모집할까?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10년간의 현장조사와 아프가니스탄, 앙골라, 코소보, 시에라리온,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난 7∼18세 소년병 40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소년병’의 실체와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다.
아프리카의 우간다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르완다, 중동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남미의 콜롬비아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 소년병은 30만 명이 넘는다. 반정부 무장단체뿐 아니라 정부군마저 청소년을 병사로 활용한다. 소년병은 연약해 보이지만 성인 용병보다 강력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전투가 자신의 유일한 생계라고 생각해 무장단체를 이탈하지 않는다. 전쟁이 끝나도 생계 유지를 위해 국경을 넘어 다른 무장단체에 들어감으로써 ‘병기’로서의 삶을 이어간다.
“게릴라들이 우유, 닭, 바나나 등 내게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나는 가난했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갔어요. 그들은 내 가족 같았어요.”(콜롬비아 인민혁명군 소년병)
시에라리온 반군단체(RUF)에 소속된 10대 병사는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고, 조직을 지휘하고, 무기를 다루고… 가족이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RUF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탈레반에 가담한 파키스탄 소년은 “어깨에 소총을 메고 순찰을 하면 내가 큰 인물이 된 것 같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소년병의 실상은 처참하다. 매일 폭행과 죽음을 경험한다. 저자가 만난 한 소년병은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 라이베리아의 16세 소년병은 지휘관이 정부군 포로를 잡아 자신의 눈앞에서 코, 귀, 성기를 잘랐다고 고백했다. 포로가 됐을 경우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줘 무장단체에 머무르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이 책의 장점은 참혹한 실상만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책의 후반부는 어떻게 이들을 회복시켜 사회에 복귀시킬지 탐구한다. 엘살바도르, 라이베리아 등에서 행해진 ‘DDR’ 즉, 무기를 반납하는 ‘무장해제(Disarmaments)’, 군복을 벗고 민간인으로 복귀하는 ‘동원해제(Demobilization)’, 민간에 복귀해 정착하는 ‘재통합(Reintegration)’ 프로그램 성공 사례를 세밀히 소개한다.
소년병의 생생한 인터뷰를 읽다 보면 ‘인간의 악함’에 치가 떨린다. 또 지옥에 다녀온 아이들을 어떻게든 원상 복귀시키고 행복을 주려는 ‘선인’들의 노력에서 희망도 보게 된다. ‘김 군이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