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는 젊은 여성들의 삶과 고민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녀의 신작 에세이 ‘하기 힘든 말’을 보면 남의 말에 반응하는 여자들의 미묘한 심리가 담백하게 드러나 그들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혼 안 하세요?”
마스다는 다른 여성에게 이 질문을 하지 않는 까닭이 “별 이득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상대로 하여금 ‘쓸데없이 참견을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거나 ‘이 사람 엄청 한가하네’라며 동정심을 자아내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
남자끼리는 할 말 없으면 던지는 질문이 “결혼 안 하냐?”다. 질문을 받은 당사자는 겸연쩍게 웃거나 “말만 하지 말고 소개 좀 해줘봐”라고 응수하기도 한다. 묻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성들 간에는 “결혼 안 하세요?”라는 말에 수많은 ‘무서운 덤’이 따라붙는다는 게 마스다의 경험담이다. 달갑지 않은 덤이며 관계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못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왜 물어?’ 같은 울컥하는 감정이 ‘하고는 싶은데 상대가 없다는 말을 내 입으로 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니?’라는 반감으로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다. ‘사귀는 상대는 있지만 결혼까지는 이야기가 진척되지 않아서…’라고 털어놓을 수도 있으나 잘 풀리지 않을 경우 괜히 발설하게 만든 이를 두고두고 원망할 수도 있다.
미혼도 듣기 싫은 질문이니 ‘돌싱’(이혼한 이)이라면 더더욱 마음속 치부책에 꼭꼭 눌러 쓸 것이다. ‘결혼했었지만 안 풀렸던 과거를 당신한테까지 밝혀야겠어?’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