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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한국은행 독립 이끈 김건 前총재

입력 | 2015-04-20 03:00:00


노태우 정부 초기 한국은행 총재를 지내면서 중앙은행 독립의 기초를 닦은 김건 전 한은 총재(사진)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51년 한은에 입행한 김 전 총재는 조사1부장, 자금부장, 부총재, 은행감독원장을 거쳐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뒤 1988년부터 4년간 한은 총재를 역임했다.

영문 이니셜을 따 ‘KK’라는 별명으로 불린 김 전 총재는 198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엔 재무부 장관이 금통위 의장을 맡았기 때문에 한은의 통화 정책은 상당 부분 정부의 의중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한은 직원들은 총재의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중앙은행 독립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는 1997년 한은 독립을 주된 내용으로 한 한은법 개정의 기초가 됐다.

김 전 총재는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씨의 막내아들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광일 씨와 아들 재민(동의대 교수), 성민(KAIST 경영대 교수), 황민 씨(연세대 원주의대 교수)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 발인은 21일. 02-3410-3151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