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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장애인의날, 가톨릭대 두 여대생 ‘장벽’ 이겨낸 비결

입력 | 2015-04-20 03:00:00

“장애 대신 장점을 봐요”




장애인의 날을 사흘 앞둔 17일 1년간 동고동락하며 솔메이트가 된 허수빈 씨(20·왼쪽)와 최윤정 씨(20·오른쪽·생활도우미)가 가톨릭대 성심캠퍼스 내 ‘하늘동산’에서 마주 보며 웃고 있다. 부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어떡하니. 비싼 렌즈인데 미안해 수빈아….”

지난해 4월 초 경기 부천시 원미구 가톨릭대 성심캠퍼스 내 여자 기숙사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초보’ 생활도우미인 최윤정 씨(20·여·심리학과)가 같은 과 룸메이트인 허수빈 씨(20·여·지체장애 2급)의 눈에 렌즈를 끼워주려다 오히려 화장실 배수로에 빠뜨렸다.

최 씨는 비싼 렌즈를 자신의 실수로 잃어버린 것 같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괜히 생활도우미를 자처했다가 폐를 끼쳤다”며 자책했다. 하지만 허 씨는 오히려 그런 최 씨에게 고마워했다. “우린 친구잖아요. 마음 맞는 친구와 이런 일을 함께 겪어가는 게 처음이라 오히려 좋았어요.”

그로부터 1년 후,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둔 17일 오후 2시경 가톨릭대 교정에서 만난 최 씨와 허 씨는 쌍둥이 자매 같았다. 함께 웃음을 터뜨렸고, 누군가가 말문이 막히면 다른 한 명이 그 말을 자연스레 이어받았다. 두 사람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학생을 도우며 함께 사는 ‘생활도우미’와 ‘장애인’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영혼의 동반자인 ‘솔(soul)메이트’가 됐다고 말한다.

둘의 인연은 먼저 다가서려는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최 씨는 신입생 때 강의실에서 왼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허 씨를 봤다. 최 씨는 “볼펜심을 교체하지 못하는 걸 보고 도와주겠다고 나서면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고민하다 먼저 용기를 내 볼펜심을 갈아 줬다”고 말했다. 우연한 만남은 또 이어졌다. 두 사람은 봉사동아리 가입 행사에서 다시 만났고, 둘 모두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는 함께 믿고 지낼 수 있는 생활도우미를 찾던 허 씨가 용기를 냈다. 먼저 전화해 “함께 생활하자”고 말했다. 학교에선 생활도우미에게 기숙사를 배정해주고 장학금도 지급한다.

절대 하고 싶지 않지만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나서는 일도 생겼다. 한번은 허 씨가 씻고 있던 욕실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 4∼5cm는 될 법한 크기였다. 허 씨는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비명만 질렀고, 욕실로 달려간 최 씨가 신문지로 바퀴벌레를 집어 올려 창문 밖으로 던졌다. 최 씨는 “태어나 벌레를 처음 건드린 날”이라며 웃었다.

두 사람의 교류는 상호 보완적이다. 허 씨는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한다. 불편한 몸 때문에 세수하고 머리를 감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리지만 몸이 좋지 않은 날을 제외하면 스스로 해낸다. 최 씨는 “나는 그저 머리를 말려주거나 옷 입는 것만 도와준다”며 “약속시간에 한 번도 늦지 않은 수빈이를 보며 오히려 나의 나태함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가끔 허 씨가 장애인이라는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 흘릴 때면 최 씨가 조용히 다독여주고, 함께 울어 준다. 최 씨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날이면 반대로 허 씨가 ‘밤샘 상담’에 나선다. 1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여대생 둘은 그렇게 함께 성장했다.

“세상 속에서 나 혼자만 ‘틀린 그림’이라는 생각에 위축되는 일도 많았어요. 하지만 윤정이를 만난 이후엔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과도 한번 맞서볼 용기가 생겼어요.” 전국적으로 대학에서 장애 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생활도우미는 2750명에 달한다.

부천=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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