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직은 1954년 개헌으로 사라졌다가 제2공화국 때 내각제로 전환하면서 부활한다. 이때 부통령직은 없앴다. 5·16군사정변으로 들어선 제3공화국이 다시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지금과 같은 대통령과 총리의 형태가 정립된다. 총리는 국회의 임명 동의를 전제로 대통령이 임명하기에 양쪽 모두의 신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신분도, 역할도 어정쩡하다. 그런 줄타기 속에서 박정희 대통령 때의 정일권은 6년 7개월(2416일)이라는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운다. 장면 백두진 김종필 고건은 두 번씩 총리를 지냈다.
▷대한민국 초대 총리 후보 이윤영이 국회의 승인을 못 받아 낙마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2명의 총리 후보가 낙마했다.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낙마한 총리 후보가 6명이고 그중 절반인 3명이 박근혜 정부 때다. 더구나 현 정부의 첫 총리인 정홍원은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유임 총리’로 각인된 것 말고는 별 존재감이 없었다. 두 번째 총리인 이완구는 지금 비리 의혹에 휩싸여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