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긴박한 정치권]‘부패와의 전쟁’ 어디서 시작했나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뒤흔들면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폭로의 시발점이 됐던 사정(司正) 정국의 배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성 회장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직후 경남기업이 수사를 받게 되자 “나를 향한 표적수사”라며 주변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 “부패와의 전면전, 靑과 조율했을 것”
사정 당국을 비롯한 이 총리는 성 회장의 억울함에 대해 “성 회장 개인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실제로 여권 내부에선 이 총리가 지난달 12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을 당시 이 총리 주도로 사정 정국이 조성된 게 아니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당시 이 총리가 급하게 담화문을 준비하게 된 배경을 보더라도 이 총리가 사정 정국을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며 “청와대 민정라인에서 출발한 부패척결 수사에 대해 이 총리는 정치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문 발표 닷새 뒤인 지난달 1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사정 정국이 단순히 국무총리실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며 “검찰 수사 상황과 이런 박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한 이 총리가 전면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민정라인의 무능함 질타하는 여권
검찰이 해외자원개발 수사의 최우선 타깃으로 경남기업을 지목한 데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공기업 사정 당시 2008년 대검 중수부가 나서서 성공불융자 제도에 대해 검토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성공불융자를 받았던 다른 국내 기업과 비교해봐도 융자 규모가 최하위권이었던 경남기업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해 성 회장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가 해외자원개발 사정 정국의 도화선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감사원은 2007, 2011년 해외자원개발 관련 감사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 한국석유공사 등 감사를 통해 올해 1월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로 인해 검찰의 해외자원개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기획 사정’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대정부 질문에서 “사정을 무슨 군사작전 하듯이 미리 단죄하고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라고 비판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과거 역대 정권마다 기획 수사나 사정을 해서 성공한 예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이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