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산업부 기자
하지만 이런 스토리에서 진실이 드러나는 속도는 과거보다 눈에 띄게 빨라졌다. 성 회장의 자살 직후 발견된 메모가 보도되자 “나는 모른다, 그와는 친분이 없다”고 말하던 정치인들의 변명은 며칠 사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각종 행사, 선거 과정에서 성 회장과 함께한 동영상, 이동경로를 밝혀주는 하이패스 기록 등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상은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면 누구나 찾을 수 있다. 굳이 대형 방송사의 카메라가 찍은 것이 아니라도 수없이 많은 인터넷 매체, 선거 유세장에 나온 지지자들의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기록됐을 것이다.
과거 같으면 영원히 묻히거나, 잡아떼면 공방에서 끝났을 증거들이 이제 동영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드러나는 일이 흔해졌다. 이번 성완종 게이트뿐 아니라 문창극 정준길 사건도 비슷한 경우다.
이제 유권자들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정치인들이 나오면 몇 번의 클릭으로 그들의 과거를 검색할 것이다. 그들이 SNS를 통해 했던 말, 과거 강연이나 연설 동영상, 공개된 논문이나 저술, 부패로 처벌 받은 재판 기록과 뉴스는 평생 그들에게 주홍글씨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기록을 지우기 위한 방법도 등장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서 특정 인물의 불리한 기록을 지워주는 이른바 평판 컨설팅업체가 성업 중이다. 하지만 유명인들의 기록은 끊임없이 복제되고 저장되고 퍼져 날아간다. 특정 업체가 정보기술의 진화와 데이터의 확장을 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산업사회의 변환기에 발생한 부정부패와 탈법적 현상들은 정보지식화 사회에서는 발붙이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구시대의 엘리트 정치인들은 선배 세대가 가르쳐 준 성공을 위한 부패 스토리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부패는 대중 앞에 그 속살을 훤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세진 산업부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