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중국발(發) 악재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면서 한국 증시가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지난주 55.74포인트(2.67%) 올랐던 코스피는 20일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다 소폭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불거지고, 중국 정부가 증시과열을 억제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한국 증시가 단기적으로 출렁거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에 따른 상승 추세를 꺾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21포인트(0.15%) 상승한 2,146.71로 마감했다. 장 초반 2,126.55로 16.95포인트(0.79%)까지 떨어졌지만 외국인이 집중 매수하면서 지수가 보합선을 유지한 것이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1.63%,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2.02% 떨어졌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흔들린 건 그리스발 악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그리스의 채무상환 연기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히면서 17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각각 1% 넘게 떨어졌고 유로스톡스50지수는 2% 가량 급락했다.
만일 실무 협상이 결렬돼 유로그룹이 그리스에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그리스는 디폴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달 말 공공연금 및 공공서비스 임금 지급에 24억 유로가 필요한 데다 5~7월 IMF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만 30억 유로가 넘는다.
그리스가 실제 디폴트 상태에 들어가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져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
중국 발 악재도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데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17일 장 마감 이후 증시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신용거래 규제를 강화하고 공매도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당일 중국 주가지수 선물이 6% 가까이 떨어지면서 글로벌 증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해외발 악재가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이 유동성 확대 정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돈의 힘’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과열된 증시를 조정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시장의 질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그동안 중국의 강세장에 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상황을 만회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