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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 총리 辭意 수용하고 최경환 부총리 직무대행하라

입력 | 2015-04-21 00:00:00


이완구 국무총리가 어제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6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문제로 논란이 뜨거울 때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면 (청문회) 통과를 못 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지금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된 이 총리는 문제가 있다. 그제 이 총리는 “대통령께서 안 계시기 때문에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거듭 확인했지만 이 총리 때문에 국정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 총리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으니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직무대행을 맡아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어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접촉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된 이 총리가 자진 사퇴하지 않고 있어 해임건의안을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순방 중에 해임안을 내는 것은 정치도의상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 총리로 인해 여야가 이미 합의한 4월 임시국회 주요 법안 처리와 공무원연금 개혁의 합의 시한 내 처리가 불투명해지는 등 국정 공백은 현실이 됐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에 총리해임안을 제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그렇다 해도 이 총리는 잦은 말 바꾸기와 부적절한 처신으로 이미 총리로서 직무수행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 ‘아침소리’가 “대통령 귀국 전에 이 총리가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하고, 대통령이 결단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국정 2인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촉구할 정도다.

이 총리로서는 의혹의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퇴하면 의혹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까 우려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사의(辭意)를 표명함으로써 박 대통령이 27일 귀국해 재가를 할 때까지 국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 있고 명예도 지키는 선택이다. 이 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가 무산되자 “상황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늦었지만 이 총리가 현 상황에 책임을 진 것이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