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을은 1988년 실시된 13대 총선 이후 단 한 차례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으로 당명이 바뀌면서 치러진 7차례의 선거에서 ‘보수 정당의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번 4·29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모임 소속 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로 야권 표가 분산되면서 새누리당 후보(오신환)가 당선될 가능성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높았다.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3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는 가운데 정동영 후보가 추격하는 박빙의 레이스를 펼쳤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가 터져 나오고 옛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이 어제 사퇴하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그는 다른 야권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침묵했다. 새정치연합이나 국민모임 모두 그와 거리를 둬 2012년 총선 때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적극적인 야권연대를 도모했던 것과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했다. 야권연대로 배지를 달았던 그는 “(야권 단결을) 요구했지만 누구도 답하지 않고, 내 옆에서 사진 찍히는 것도 두려워하더라”고 했다.
▷사퇴 전 그는 2%를 조금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오 후보와 야권의 두 정 후보가 워낙 박빙의 승부를 펼쳐 그의 지지표 향배에 따라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역대 총선 득표율을 보면 여당은 이곳에서 최소 33.3%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무성 대표는 “후보 단일화로 가게 되면 과거 전례를 밟는 것으로 참 옳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기 성남 중원 역시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와 새정치연합 정환석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두 자릿수의 지지율을 보이는 옛 통진당 김미희 후보의 거취는 승부를 결정적으로 가를 변수다. 새정치연합에선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노골적인 발언이 나오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김 후보까지 막판에 ‘도미노 사퇴’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후보 측은 “사퇴는 없다”고 말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