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안중근役’ 돌아온 뮤지컬 배우 정성화

3년 만에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의사 역으로 돌아온 정성화. 그는 “영웅 넘버 중 ‘십자가 앞에서’를 가장 좋아한다”며 “곡과 가사에 진중한 느낌이 물씬 나 늘 마음을 빼앗긴다”며 웃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3년 만에 창작뮤지컬 ‘영웅’ 무대로 돌아온 배우 정성화(40)를 17일 만났다. 2009년 초연 이후 2010년 재공연, 2011년 뉴욕 공연, 2011∼2012년 3번째 공연까지 주인공 안중근 의사 역을 맡은 그의 복귀는 순탄치 않았다.
그는 “2013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역을 원 캐스트로 맡아 1년 정도 무대에 올랐는데, 어느 날 집에서 영웅 넘버들을 듣다가 다시 영웅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마음속에 타올랐다”며 “하지만 영웅에 내가 다시 나온다고 하면 관객의 기대치가 높을 텐데 소속사에선 ‘잘해야 본전’이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무슨 소용이지? 무대 위에 있는 게 내 일인데. 내가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내 연기를 전달하면 되는 것 아닌가.’ 기본으로 돌아가니 마음이 쉽게 정리됐어요.”
그는 연습 첫날인 지난달 16일 서울 남산에 있는 안중근기념관에 가서 참배부터 했다. 안 의사에 대해 경건한 마음가짐을 지닌 채 연습을 하고 싶어서였다. 제작사 에이콤 윤호진 대표는 “여느 때보다,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스태프들은 “마치 연출가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안 의사를 자꾸 공부하고 연기할수록 부채의식이 생겨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의미 없는 움직임이 하나라도 있으면 굉장히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트리플 캐스팅으로 안 의사 역을 함께 맡고 있는 강태을 민영기는 물론이고 앙상블 친구들에게도 ‘이런 에너지로 한번 가보자’ 하면서 동선과 감정 표현 등에 대해 제안했죠. 이젠 모두 함께 만드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는 이번 공연에 대해 “이전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이 많이 보강돼 더욱 쫀쫀해졌다”고 평했다. 어색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의 듀엣 넘버 ‘영웅’의 관련 장면이 빠지는 대신 중국 소녀 링링의 죽음 장면 내용이 보강됐다. 음악도 녹음반주(MR)에서 오케스트라로 바뀌었다. 그는 “내 연기도 쫀쫀해졌다”고 자평하곤 웃음을 터뜨렸다.
“영웅은 제게 짜릿한 맛을 주는 작품인 거 같아요. 저만의 맛이 나는 ‘정성화표 안중근’의 세계를 많이 구축했거든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영웅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뮤지컬 영웅은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 오른다. 6만∼12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