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타고 떠나요! 신토불이 맛기행]<3>호남선 KTX와 송정 떡갈비
광주 광산구청 앞 ‘송정리 떡갈비 골목’. 200여 m 거리에 떡갈비 식당 14곳이 늘어서 있다. 광산구 제공
광주송정역은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역이다. 1913년 전남 나주∼송정리 호남선 철도 공사로 역이 생긴 이후 오랫동안 광주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기차역의 긴 세월만큼이나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주변 맛집은 아날로그 감성을 선사한다. 광주송정역 인근에도 깨소금처럼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별미가 있다. 바로 ‘송정 떡갈비’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다진 후 양념에 버무려 숯불에 구워낸 송정 떡갈비.
원래는 쇠고기를 다져 마늘, 파, 생강, 배 등 20여 가지 양념에 버무린 뒤 연탄불에 구워냈다. 하지만 지금은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7 대 3 또는 5 대 5 비율로 섞는다. 예전처럼 쇠고기만 사용한 것은 ‘한우 떡갈비’라고 부른다. 돼지고기를 섞은 떡갈비가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외환위기로 모두가 어려울 때 쇠고기 값마저 오르자 떡갈비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섞은 떡갈비는 예상외로 인기가 좋았다. 맛이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손님도 이전보다 더 늘었다. 굽는 법도 달라져 연탄 위에 참숯을 올린 불을 사용하거나 가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떡갈비는 양념장을 발라가며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이조송정떡갈비’ 주인 박언희 씨(44·여)는 “떡갈비의 감칠맛 비결은 바로 양념장에 있다”며 “10여 가지 재료로 만드는데 업소마다 1급 비밀이어서 남에게는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송정역 일대 식당가에선 뼈국물을 함께 내놔 떡갈비의 풍미를 배가시킨다. 돼지 등뼈를 토막 내 무와 함께 푹 삶아 내는데, 국물 맛이 개운해 기름진 떡갈비를 먹을 때 한술 떠먹으면 그만이다. 떡갈비를 먹은 후 식사로 즐기는 생고기 비빔밥도 별미다. 가격은 떡갈비가 1인분 200g에 1만1000원, 한우 떡갈비는 1만9000∼2만2000원, 생고기 비빔밥은 7000원이다.
송정 떡갈비를 먹으러 갈 때 기왕이면 3일과 8일로 끝나는 날에 서는 송정 오일장에 맞춰 가면 시골장터 구경하는 맛까지 챙길 수 있다. 송정 오일장 인근에는 맛있는 국밥집이 많다. 가마솥에서 푹 우려낸 사골 국물에 머리고기 내장 순대 등을 넣어 내놓는 국밥은 값(5000원)도 괜찮고 양도 푸짐해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