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사의표명 이후/막전막후]‘자진사퇴’까지 긴박했던 하루
이 총리가 21일 0시를 전후해 사의를 공식 표명한 것은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시차를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한국보다 14시간 느린 페루 리마에 있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마지막까지 확인한 뒤 사퇴 의사를 굳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총리가 21일 0시 무렵이 돼서야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20일 오전까지만 해도 사퇴 여부를 결심하지 못했다. 총리실 관계자들도 “이 총리가 21일 국무회의를 주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날 오전 9시 반경 서울 관악을 4·29 재·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 귀국 전 이 총리의 조기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이런 기류를 접한 이 총리가 정부서울청사를 나서 공관으로 향했던 20일 오후 5시(페루 현지 시간 20일 오전 3시)경에는 박 대통령과 물리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야당이 해임 건의안 제출을 공식화하면서 압박해 오고, 새누리당도 등을 돌리기 시작하자 이 총리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직접 확인하려 했다. 페루에 있던 박 대통령이 기상한 뒤 박 대통령의 뜻을 확인한 이 총리가 사퇴 결심을 굳힌 것은 이날 밤늦은 시간이었다.
다만 이 총리는 순방 중인 박 대통령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이 총리의 사퇴 의사를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