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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장관석]한명숙과 박상옥, 야당의 이중 잣대

입력 | 2015-04-22 03:00:00


장관석·사회부

“대법원이 무죄라는 확신이 섰거나 법리 오해, 절차적 흠결이 보였다면 곧바로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파기환송 했겠지요.”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건 2013년 9월이다. 1년 반이 넘도록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간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하급심으로 돌려보내지도 않고 그렇다고 유죄를 확정하지도 않는 데는 말 못 할 속사정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법조계뿐 아니라 세간의 시선도 그리 너그럽지 않다. 유죄 확정 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 게 헌법상의 원칙이다. 그렇다고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국회의원이 아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하는 현실도 정의에 부합해 보이진 않는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은 야당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유독 한 의원 사건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듯하다.

이런 ‘이중적인’ 야당의 태도는 고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 검사 출신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를 대하는 모습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야당은 범죄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같은 당 의원의 상고심 선고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은 애써 침묵하고, 박 후보자에게는 고문치사 사건의 실체 규명이 늦어진 데 따른 ‘지연된 정의’의 책임을 따져 묻고 있다. 법원은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현역 의원 신분을 고려해 한 의원을 법정구속하지도 않았다.

박 후보자가 당시 수사팀의 막내 검사였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그는 수사 도중에 여주지청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수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수사팀의 상급자였던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과 신창언 전 헌법재판관은 그동안 당시 사건 때문에 비난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 야당의 조승형 전 의원은 1988년 국정감사에서 “잘된 수사”라고 칭찬까지 한 적이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치권을 뒤흔들면서 7일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이후 보름 동안 여야 모두 임명동의 표결 처리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 사이 대법원은 신영철 대법관 퇴임 이후 64일째 대법관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전원합의체 선고 3건 중 1건이 연기되고 있다.

장관석·사회부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