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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成회장 마지막엔 빈털터리

입력 | 2015-04-22 03:00:00

[李총리 사의표명 이후/成게이트 수사]
직원 경조사비 한번에 수백만원씩… 기업회생절차뒤 짜장면 값도 못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국회의원과 2만여 명에 이르는 회사, 하청업체 직원 경조사비 등으로 한 번에 수백만 원씩 내는 ‘통 큰 회장님’이었다. 대상은 100만 원, 200만 원, 300만 원씩 등급으로 나눠 냈다고 한다.

성 회장은 3일 검찰 조사에서 200억 원대 횡령 혐의에 대해 “10여 년 동안 판공비, 경조사비, 격려금 등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위해 사용한 건 없다는 취지다. 성 회장이 ‘아버지’처럼 믿고 따랐던 계룡산 갑사 진경 스님에 따르면 성 회장은 정치인이 돈을 먼저 요구해서 주는 게 아니라 정치하려면 돈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 자발적으로 줬고 지인 자녀들 취직 자리까지 알선해 줬다고 한다. 자신은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먹어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수백만 원씩 주는 사람이었다는 게 스님 얘기다.

하지만 최근 성 회장의 경제적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상황에서 검찰 수사까지 이뤄지면서 그는 짜장면 값 몇만 원도 없었다. 진경 스님은 2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성 회장이 점심때 같이 짜장면을 시켰는데 돈이 없다고 해서 내가 냈다”고 말했다. 이달 초 검찰 수사 직전에는 성 회장과 함께 역술인 집에 간 적이 있는데 성 회장이 복채를 내려고 비서에게 신용카드를 건네며 현금 50만 원을 찾아오라고 했는데 비서가 다녀와서 ‘카드가 안 된다’고 했다고 스님은 전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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